더불어민주당이 18일 치열한 격론 끝에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양도소득세(양도세) 완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확인한 성난 '부동산 민심' 수습과 내년 대선 표심을 위해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무릅쓴 것이다. 집값 급등의 책임이 있는 집권 여당이 주거 안정과 자산 불평등 해소 방안을 제시하기보다 부자 감세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3시간 격론 끝 온라인 투표로 당론 결정
민주당은 18일 오후 국회에서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당 부동산특위가 마련한 종부세 완화안과 양도세 완화안을 각각 투표에 부쳐 당론으로 정했다.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9억 원 이상'에서 '공시가격 상위 2% 이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전국의 집값을 줄 세워 상위 2%에 해당하는 주택 보유자에게만 종부세를 물린다는 뜻이다. 상위 2%를 가르는 기준은 11억~12억 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양도세 개편안은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시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을 만나 “투표 결과 양도세 부과기준 상향안과 종부세를 1가구 1주택에 한해 상위 2%에 부과하는 안이 과반 이상 득표한 다수 안으로 확정됐다"며 "이를 최고위원회에 보고하고 오랜 논란을 결론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3시간 넘게 찬반 토론을 벌인 뒤 온라인 투표를 통해 당론을 결정했다. 찬반이 첨예하게 갈린 사안임을 감안, 투표 결과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투표율은 82.25%였다.
이날 채택된 당론은 정부와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정부는 종부세와 양도세를 완화할 경우 집값이 다시 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어 협의가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
부동산 세제 어떻게 바뀌나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완화안에 따라 공시가격 9억 원부터 상위 2%(약 11억 원)까지 해당하는 1주택 보유자는 올해부터 종부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부동산팀장 모의계산에 따르면, 공시가격 10억4,690만 원인 경기 과천시 '래미안슈르' 전용면적 84.95㎡ 1주택자는 올해 내야 했던 보유세(종부세+재산세)에서 종부세에 해당하는 26만7,290원이 줄어든다.
상위 2% 이내 초고가 주택 집주인도 혜택을 본다. 1주택자 종부세 공제금액이 현행 9억 원에서 상위 2%에 해당하는 약 11억 원으로 오르면서다. 공시가격 12억 원 주택에 거주할 경우 9억 원을 공제한 3억 원에 대해 종부세가 부과됐다면, 향후 11억 원을 공제한 1억 원에 대해서만 부과된다.
양도세는 매매하는 주택가격에 따라 유불리가 갈릴 수 있다. 1주택자 비과세 기준을 실거래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였으나, 장기특별보유공제에 상한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거주 시 양도차익 5억 원 이하는 40% 공제를 유지하지만 5억~10억 원은 30%, 10억~20억 원은 20%, 20억 원 초과는 10%로 공제율을 차등 적용한다. 양도차익이 크면 오히려 현재보다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축소하기로 한 부동산특위 방안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특위는 당초 모든 매입임대 등록사업자의 신규등록을 폐지하고 등록말소 뒤 6개월 동안만 양도세 중과배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생계형 사업자 문제 등의 지적이 현장에서 제기됐다"며 "현실에 맞게 조정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내년 대선 앞서 '중산층 표심' 의식
당 안팎의 '부자 감세' 논란에도 의원 과반이 종부세·양도세 완화에 손을 들어준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산층 표심을 의식한 결과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공시지가 9억 원(실거래가 기준 13억 원 안팎) 이상 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핀셋 감세' 혜택을 준 것이라는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무주택 서민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당의 기조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27일 부동산특위가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으나, 같은 날 의총에서 종부세·양도세 개편안이 한 차례 퇴짜를 맞은 배경이다.
한 고비 넘긴 송영길 리더십
송영길 대표와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꾸준히 의원 설득 작업에 나섰고, 이날 종부세·양도세 완화안을 관철시켰다. 당내 강성 친문재인계와 개혁성향 의원들의 강한 반발에도 송 대표의 뚝심으로 돌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수 의원들도 "정권 재창출을 위해 감세해야 한다" "부결되면 당이 혼란에 빠진다" 등의 이유로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었다.
송 대표 입장에선 부동산 세제 완화를 둘러싼 갈등을 봉합했다는 점에서 리더십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도부가 추진한 방안이 부결됐다면 취임 한 달 남짓 한 송 대표 체제가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당내 혼란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이날 반대 토론에 나선 진성준 의원은 "참 실망스러운 결론이지만 깨끗하게 승복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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