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동그람이는 동물병원을 뛰쳐나갔다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반려견 ‘랑랑이’(혼종, 3개월령)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드렸습니다. 특히 동물등록을 했던 랑랑이가 목숨을 잃고 3일이 지나도록 반려인 A씨는 그 소식조차 들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동물등록 이후 사후 관리’에 대한 문제 제기도 커졌었죠.
그런데, 보도 이후 동그람이 앞으로 한 통의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반려인 A씨가 직접 작성한 글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동물병원 측이 로드킬 신고가 접수됐다는 사실을 전달받고도 은폐하려고 한 게 아닌가 의심됩니다
A씨, 동그람이에 보낸 서신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동그람이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A씨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A씨는 랑랑이의 장례를 마친 뒤인 지난 11일, 로드킬 사건을 접수한 중랑구의 한 경찰 지구대를 찾았습니다. 지구대 소속 경찰관이 랑랑이가 목숨을 잃은 시점으로 추정되는 때에 로드킬 사고를 접수한 뒤, 누군가에게 이 사실을 전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구대 소속 경찰관은 A씨에게 “6월 3일 오후 11시경, 로드킬 사고를 접수한 뒤에 동물병원 원장 B씨에게 이 사실을 알려줬다”고 말했습니다. 원장 B씨는 3일 밤, 랑랑이를 찾는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들고 이 지구대를 방문했습니다. 전단지에는 B씨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서 경찰관이 B씨를 동물 보호자로 알고 연락을 취한 것이죠. 경찰관은 “B씨에게 ‘큰 고양이 같은 게 죽어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전달했다”며 “‘사건 당일 비가 많이 내리고, 늦은 밤이라 개와 고양이가 잘 분간이 되지 않으니 한번 확인해 보라’고도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로 A씨는 수색 3일 뒤, 랑랑이를 찾는 오픈채팅방에서 익명의 제보를 받고 나서야 랑랑이가 사고 현장을 헤매다가 로드킬을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즉, B씨가 경찰의 연락을 받고 이를 확인했거나 A씨에게 전달만 했어도 랑랑이를 찾는 시간이 이렇게 길어지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A씨는 동그람이와의 통화에서 “B씨는 입장문을 통해 ‘관련 기관에 연락해 새로운 소식이 없는지 계속 확인했다’고 밝혔고, 나와 통화하면서도 ‘로드킬이나 실종 신고가 없었다’고 말했다”며 “관계 기관과 연락하며 최선을 다했다는 B씨의 말이 거짓이거나, 아니면 로드킬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문제는 B씨가 랑랑이의 로드킬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 해도, B씨에게 형사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동물권을 연구하는 변호사단체 PNR의 서국화 대표(법무법인 울림 변호사)는 “따져볼 만한 법은 직무유기 정도인데, 잃어버린 동물 수색을 동물병원 원장의 직무라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B씨의 행동이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순 있지만, 법적으로는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뜻이죠. 다만 서 대표는 “랑랑이의 실종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동물병원 측이 수색에도 소극적이거나 이를 방해하려 한 정황은 민사소송에서 참작할 근거는 될 것”이라며 가벼이 볼 문제는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어느 쪽이 됐든, 이 의혹에 대해 B씨는 명확히 답해야 합니다. 만일 오픈채팅방에서의 제보가 아니었다면, 랑랑이는 쓰레기처리장에서 소각돼 영영 A씨에게 돌아오지 못했을 테니까요. B씨는 로드킬 신고가 접수됐는지를 관계 기관에 확인했느냐는 동그람이의 질문에 “보호자와 대화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취재에 응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A씨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합니다. 동물병원 측의 과실로 인해 랑랑이를 잃었음에도 동물병원이 지는 책임에 비해 이 사건을 공론화하는 자신이 감당해야 할 법적 책임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이 같은 사건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면서 사건을 알리기로 결심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A씨가 제기한 의문에 B씨는 어떻게 답할지, 동그람이는 이 사건을 끝까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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