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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감금 살인' 피의자들 거짓말에 속수무책 당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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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오피스텔 감금 살인' 피의자들 거짓말에 속수무책 당한 경찰

입력
2021.06.18 21: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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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가출신고 처리 과정서 두 피의자와 통화
범죄 피해 연루 가능성 제기되는 여러 정황 불구?
'피해자 행방 모른다' 말만 듣고 별다른 조치 안해

마포 오피스텔 감금 살인 사건의 피의자 중 한 명이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마포 오피스텔 감금 살인 사건의 피의자 중 한 명이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발생한 '오피스텔 감금 살인'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피해자가 가출했다는 가족 신고를 접수한 뒤 피해자뿐 아니라 두 피의자와도 통화하며 소재 파악을 시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락이 이뤄진 기간은 피해자가 감금된 채 폭행과 학대를 당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경찰은 서로 입을 맞춘 피의자들과 이들의 감시를 받는 피해자의 거짓말을 그대로 믿고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들 "피해자 행방 모른다" 거짓말

18일 경찰에 따르면 대구 달성경찰서는 올해 4월 30일 A씨에 대한 가출신고를 접수하고 A씨 소재지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4일 피의자 안모(20)씨와, 이달 4일엔 김모(20)씨와 각각 통화했다. 경찰은 A씨 본인과도 신고 당일부터 5차례 연락을 취했다. 마지막 연락이 이뤄진 날은 이달 4일로, A씨가 숨진 채 발견(13일)되기 불과 9일 전이다.

경찰이 두 피의자에게 연락한 것은 이들이 A씨의 소재 불명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출신고 당시 A씨 아버지는 아들이 두 사람을 지난해 11월 상해 혐의로 고소한 사실을 경찰에 밝혔다. 아버지는 '아들 명의로 휴대폰 3대가 개통됐다' '아들이 사채를 사용했으니 돈을 갚으라'는 연락을 받은 사실도 경찰에 알렸다. 현재 경찰은 피의자들이 A씨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피의자들은 경찰과의 통화에서 'A씨 행방을 모른다' 'A씨와 같이 있지 않다'고 잡아뗐다. 이들은 A씨가 자신들을 고소한 데 앙심을 품고 지난 3월 30일 대구에 있던 A씨를 서울로 데려와 강압적으로 통제하고 있었다.

A씨 역시 소재지를 알려달라는 경찰의 요청을 거절했다. 귀가를 설득하자 '집에서 독립하고 싶다'고 했고, 사채 사용 경위를 묻는 질문엔 '집을 나온 지 오래돼 생활비가 필요했다'고 답했다. 피의자들의 강요로 일관된 허위 진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A씨는 경찰이 동거인이 있느냐고 묻자 두 피의자와 다른 이름을 댄 것으로 파악됐다. 그 사람의 연락처와 주소를 묻는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경찰 확인 결과 유족은 "모르는 이름"이라고 답했다. 해당 진술 역시 강요에 의해 조작됐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 A씨를 감금해 살인한 혐의를 받는 피해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 A씨를 감금해 살인한 혐의를 받는 피해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소극적 대응 비판 못 피할 듯

A씨가 지난 13일 체중 34㎏의 처참한 몰골로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경찰이 그의 실종을 처리한 방식을 두고 비판이 불가피해보인다. △A씨의 상해죄 고소에서 A씨와 피의자들의 관계가 짐작되고 △가족들이 여러 증거를 들어 A씨 실종이 범죄 피해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던 만큼, 경찰이 위치추적이나 폐쇄회로(CC)TV 영상 확인을 통해 A씨 소재 파악에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는 것이다. A씨 시신이 발견되기 직전까지 본인 및 피의자와 연락을 취하고도 참사를 막지 못한 점도 경찰 조치에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A씨의 고소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A씨의 실종신고 접수 상황이 공유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점은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된다. 달성서 관계자는 "가출 업무 처리 절차상 (그런 사항을) 통지할 의무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서울경찰청은 △A씨의 가출 사실을 영등포서가 인지했는지 △가출신고 처리 절차가 적절했는지 등을 자체 감찰 중이다.

경찰은 A씨가 관련법(실종아동법)상 강제 소재 파악이 가능한 대상(18세 미만, 정신장애인, 치매환자)이 아니라서 대처에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인은 신체의 자유, 주거 이전의 자유가 있어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안전 확인만 할 수 있을 뿐"이라며 "(A씨처럼) 본인이 위치를 알리길 거부하거나 대면을 거부하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했다. 달성서 관계자는 "소재지 확인을 위해 A씨와 수차례 통화했지만 주변 소음 등 특이점을 찾지 못했고, A씨가 피해를 알리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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