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버블·백신 접종 증가하지만
‘랜선 마케팅’하는 면세점의 속사정
실제 여행 이어지려면 최소 12주 걸려
면세업계 “소원했던 고객 돌아올까” 노심초사
“나를 잊지 말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행자들과 ‘장거리 연애’를 이어온 면세업계가 고객에게 잊히지 않기 위해 ‘랜선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여행안전권역(트래블 버블)에 따른 관광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실제 여행의 활성화까지엔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20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가상캐릭터를 선보이면서 라이브방송과 함께 비대면 마케팅에 한창이다. 해외 인기 브랜드 상품을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하는 등 다양한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조선시대 으뜸 거상(巨商)인 가상 캐릭터 ‘심삿갖’을 내세워 온라인 방탈출 게임을 활용한 ‘보물지도’ 행사에 나선다. 이달 30일까지 신세계면세점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대상으로 금 1돈, 버버리향수, 커피 쿠폰 등도 내걸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엔 고객들이 자사 홈페이지와 모바일 응용소프트웨어(앱)에 접속할 수 있도록 지난달 26~28일 사흘간 릴레이 라이브방송을 진행했다. 내수 통관 면세품을 활용해 해외 인기 브랜드의 신발과 시계, 가방, 선글라스 등을 최대 72%까지 할인해 판매했다.
신라면세점에선 이탈리아 니치향수 브랜드 ‘아쿠아 디 파르마’ 신제품을 면세업계에선 처음으로 내놓고 향수 마니아를 공략했다. 지난달엔 내수통관 면세품을 판매하는 신라트립에서 ‘100원 위크’를 열고 2주간 300여 명에게 프라다, 로에베, 훌라 백 등을 증정했다.
트래블 버블에도 ‘랜선 마케팅’하는 면세점 속사정
이처럼 면세업계가 오프라인 방문자가 아닌 온라인 고객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즉시 여행 활성화로 이어지진 않기 때문이다. 전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전체 인구의 27%에 달하지만, 주로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 검사 비용이 만만치 않고 방역 신뢰국가에 국적기로 오갈 경우로 국한돼 실제 관광이 본격화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 1차 접종자가 12주 후 2차 접종을 한다고 가정하면 면세점 방문까지는 최소한 같은 기간이 필요하다”며 “트래블 버블 등 반가운 소식이 들리지만 웃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면세업계의 랜선 마케팅은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 연령이 면세점 충성고객으로 꼽히는 2040 여성 고객과는 거리가 있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1년 넘게 면세점을 찾지 않던 고객이 다시 여행을 갈 때 곧바로 단골 면세점을 찾는 것은 아니어서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꾸준히 면세점의 존재를 상기시켜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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