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민법으로 동유럽 노동자 유입 확 줄어
식품포장·건설·조경 업계 "일할 사람이 없다"
지난해 지속된 코로나19 봉쇄 조치도 영향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가 불러온 영국의 인력난이 당초 예상보다 심각하다. 올해 EU를 떠나며 영국이 만든 자체 이민 절차가 저숙련 노동을 맡아 오던 동유럽 노동자의 유입을 확 줄였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영국에 머물던 기존 노동자 대다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조치 탓에 고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당장 일부 업종에 비상이 걸렸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1월 브렉시트 현실화 뒤 동유럽 근로자에 의존하던 영국의 식품 포장·가공, 건설, 조경 등의 업계가 구인난에 빠졌다고 전했다. 영국에서 인력중개업체를 운영하는 아그니에슈카 블레카는 “요즘 하루에도 몇 통씩 직원을 구하는 기업들의 전화를 받지만 요구를 모두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자들이 취업에 매달리던 브렉시트 이전과는 180도 반전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인력난은 브렉시트 논의가 시작된 2016년부터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거론됐다.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영국에서 일하던 EU 시민의 근로와 거주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이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다른 EU 국가나 자기 나라로 이주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는 이를 감내하겠다는 게 고용주들의 각오였지만 막상 브렉시트가 현실화하자 위기의 강도는 그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뒤 이민 절차를 강화한 게 결정적이었다. 동유럽 근로자를 상대로 문턱을 너무 높여 놓았기 때문이다. NYT는 “점수제에 기반한 새 제도는 이민자가 보유한 기술을 평가한다”며 “전문 인력에게 유리하고 저숙련 노동자한테는 불리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자국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의도의 정부 규제가 자국 기업 구인난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코로나19 방역 봉쇄 조치도 노동자 품귀 현상에 영향을 줬다. 연이은 봉쇄 탓에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 노동자들이 고국으로 돌아간 것이다. 런던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빌 그랜저는 “반복된 봉쇄를 이기지 못하고 일하던 직원들이 모두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다”며 “이제 영업은 할 수 있게 됐지만 일손이 부족하다”고 한탄했다.
전문가들은 정상화 국면을 맞아 슬슬 회복 중인 기업들에 인력난이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마들렌 어섬프션 영국 옥스퍼드대 이민학 교수는 “장기적으로 볼 때 국가 경제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당장 인력난을 겪는 고용주들에게는 커다란 문제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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