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지난해 11월 피의자들 상해죄 고소 불구
경찰, 6개월 넘게 대질조사도 안 하다 불송치 결정
A씨 가출 신고도 놓쳐… 서울청, 수사과정 감찰
서울 마포구 연남동 오피스텔에서 친구를 감금해 숨지게 한 피의자들이 피해자가 지난해 11월 자신들을 상해죄로 고소한 데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경찰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고소 사건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이 엇갈렸는데도 대질신문 없이 6개월간 시간을 끌다 무혐의 결론을 내렸고, 무혐의 처분 한 달 전 피해자에 대한 가출신고가 접수됐는데도 이를 제때 파악하지 못해 감금을 막지 못하는 등 수사 곳곳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7일 서울 종로구 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피의자들이 고소에 앙심을 품고 지방에 있던 피해자를 데려와 강압 상태에 뒀고, 수사기관에 허위 진술하도록 강요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1월 7일 아버지와 함께 대구 달성경찰서를 찾아 피의자들을 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을 이첩받은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1월 24일 피의자 김모(20)·안모(20)씨를 불러 조사했다. A씨에게 앙심을 품은 두 사람은 두 달 뒤인 3월 30일 피해자를 서울로 데려와 사실상 감금하고 그를 사주해 고소 사건 수사를 방해했다. 경찰 관계자는 "양측 진술이 엇갈려 대질 조사를 위해 경찰이 4월 17일 피해자와 통화했을 때 피의자들은 피해자 옆에서 '지방에 있다'고 대답하라고 강요했다"며 "두 번째 경찰 전화는 받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강요에 못 이겨 지난달 3일엔 경찰에 문자를 보내 고소 취하 의사를 밝혔다.
경찰은 이런 상황을 모른 채 사건이 접수된 지 6개월을 넘어선 지난달 27일 해당 사건을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처리했다. 피해자가 고소장 제출 이후 대구 달성서에서 피해를 진술하고 진단서 및 상해 사진을 제출했지만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영등포서는 고소인 A씨와 전화로만 연락했다. 고소 취하 의사도 대면 확인이 아닌 문자로 전달받았다. 더구나 수사 기간 중 A씨에 대한 가출 신고가 접수됐지만 이 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수사관이 A씨의 가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확인 중"이라면서 "가출 신고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에 공유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소 사건 수사가 지지부진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서 고소장이 접수돼 영등포서로 사건이 이송 접수된 건 지난해 11월 26일이지만, 경찰이 피해자 대면조사를 위해 연락을 취한 건 그로부터 다섯 달 가까이 지난 올해 4월 17일이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청 수사심의계에서 수사 지연 및 부실 수사 여부 등 처리 과정의 적정성 여부를 감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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