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배임 피의자에 접근 청탁 명목 챙겨
선임계도 안 내고… 변론 흔적도 확인 안 돼
법조 비리 브로커 수사 중 단서 포착 '덜미'
한때 ‘황우석 테마주’로 분류됐던 셋톱박스 제조업체 홈캐스트의 최대주주였던 장병권 전 한국전파기지국 부회장은 2014년 6월 궁지에 몰려 있었다. 장 전 부회장은 2012년 11월부터 2013년 8월까지 홈캐스트 인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 간 담보 없이 연대보증을 지시해 회사에 66억4,000만 원의 손실을 끼치고 계열사 자금 14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서류를 위조해 제2금융권에서 100억 원을 사기 대출받은 혐의도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도 주가조작 혐의로 장 전 부회장을 수사하고 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장 전 부회장 앞에 검찰 간부 출신의 김모(65) 변호사가 나타났다. 그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ㆍ2과장,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검사 등을 거친 '특수통' 검사 출신이었다. 김 변호사는 장 전 회장 수사팀과 검찰 지휘부와의 친분을 자랑한 뒤, 이들에게 잘 얘기해 사건을 처리토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수고비'로 장 전 부회장에게 2억5,000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김 변호사 말을 믿었던 장 전 부회장은 돈을 건넸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간부와 인척 관계란 점을 내세우며 장 전 부회장을 찾아온 이모(51기) 변호사도 김 변호사와 장 전 부회장에게 2억7,000만 원을 받아갔다. 장 전 부회장은 이처럼 5억여 원을 변호사 2명에게 썼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결국 그는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장 전 부회장이 변호사 2명에게 '뒤통수'를 맞은 정황이 드러난 건 2017년 12월이었다. 법조 브로커 연루 사건을 수사하던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특수단)은 당시 브로커가 장 전 부회장의 변호사 선임 과정에 개입한 흔적을 발견했다.
특수단은 법조비리 담당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현 경제범죄형사부)에 사건을 넘겼고, 검찰은 2018년 6월 김 변호사 계좌를 추적하는 한편, 장 전 부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 수사 결과 김 변호사 등은 장 전 부회장에게 돈만 받아 챙겼고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팀을 방문해 변론한 흔적도 확인되지 않았다.
사실관계는 확인됐지만, 수사 검사들이 중요 수사에 차출되면서 처리가 지연됐다.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의혹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사건 등 대형 수사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불거진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도 수사를 늦추는 요인이 됐다.
검찰은 결국 지난달에야 수사를 재개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주민철)는 16일 김 변호사와 이 변호사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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