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 회식비 달라, 인테리어비 달라… 도 넘은 병원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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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약국에 회식비 달라, 인테리어비 달라… 도 넘은 병원 갑질

입력
2021.06.1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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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부대비용 요구에 약사들 '골머리'
돈 준 약사도 처벌… 당사자 제보 쉽지 않아
복지부 "실태 조사… 관련법 개정도 검토"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서울 종로구 소재 한 약국 모습. 이한호 기자

# 강원 춘천시에서 약국을 하는 약사 A씨는 최근 같은 건물에 있는 병원 측으로부터 인테리어 비용을 내줄 수 있겠냐는 요구를 받았다. 병원 측이 금액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통상 수천만 원이 드는 일이라 A씨는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얼마 뒤 해당 병원은 인근 다른 건물로 이전했고 A씨 약국은 영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 서울 중랑구의 한 약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기 직전 인근 병원으로부터 병원 회식비를 찬조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직원이 수십 명에 달하는 큰 병원이라 약사 B씨가 쉽사리 답을 못 하자, 병원 관계자가 약국에 찾아와 회식 날짜를 알려주며 재차 비용을 대줄 것을 요청했다. B씨는 고민 끝에 숙취 해소 음료를 여러 박스 선물하는 걸로 대신하면서도 병원 측이 못마땅하게 여기지 않을까 싶어 마음을 졸여야 했다.

병원이 약국을 상대로 각종 비용 대납을 요구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일부 병원들이 처방전 발급을 무기 삼아 거액의 지원금을 요구하는 사례(관련기사: [단독] "약국 열려면 1억 원 상납" 병원 지원금 요구 실태 심각)에 이어 약국과의 갑을관계에 편승한 병원의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본보 지적에 따라 실태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1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수원시에서도 약사가 임대료와 관리비를 대신 내달라는 병원 요구에 따라 매달 200만 원씩 입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약국의 병원 비용 대납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으며, 비용 명목도 임대료, 관리비, 회식비, 인테리어비 등 다양하다.

약사들은 병원에서 발행한 처방전으로 조제하며 약국을 경영하는 입장이라 갑을관계에 가까운 병원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약사 B씨는 "부당한 요구를 하더라도 불이익이 있을까봐 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대한약사회는 병원의 부당 요구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근절하기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약사회는 홈페이지 민원센터 코너를 통해 각종 부당행위에 대해 제보를 받고 있는데, 큰 피해를 본 경우가 아니라면 병원을 고발하는 제보는 많지 않다고 한다. 여기에는 병원 강요에 따라 돈이 오갔더라도 약사법에 따라 담합으로 규정돼 돈을 준 약사도 처벌 대상이 되는 현실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약사회 관계자는 "제보 내용이 타당하면 소관 부서인 보건복지부나 관할 지방자치단체 보건소에 민원을 넣거나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다"면서도 "약국에 대한 부당 행위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만, 당사자 제보가 거의 없어 구체적 사례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최근 병원 지원금 실태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더해 본보 보도를 계기로 약사회 등과 협력해 병원과 약국 간 부대비용 지원 실태를 파악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회식비·인테리어비 등의 지급도 약사법에서 금지한 담합행위에 해당할 수 있어 실태를 파악해보겠다"며 "필요하다면 지급한 사람도 처벌하도록 한 현행법 조항의 개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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