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없다"던 연준, 석달 만에 입장 변화
테이퍼링 논의도 공식화...파월 "인플레 예상 뛰어넘어"?
원·달러 환율 13원↑, 코스피도 랠리 마감...금융시장도 요동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장담해온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1년이나 앞당기며 '매파 본색'을 드러냈다. 금리 인상의 전 단계로 여겨지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논의도 공식화했다.
미국 현지에선 "경제상황 변화에 백기투항한 연준이 결국 긴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예상보다 빠른 연준의 변심에 시장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뉴욕 3대 증시가 일제히 하락 마감한 데 이어, 원·달러 환율이 13원 급등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도 출렁거렸다. 코스피 역시 미 긴축 우려에 신고가 랠리를 멈추고 엿새 만에 하락했다.
FOMC 위원 다수 "2023년 금리 인상"
연준은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현 0.00~0.25%에서 동결한다고 밝혔다. 또 월 1,200억 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도 지속하기로 했다. 표면적으로는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하지만 통화정책 변화의 변곡점이 되는 기준 금리 인상 시점을 두고선 태도 변화가 감지됐다. FOMC 위원 18명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를 보면 3개월 전보다 금리 인상 시기가 1년이나 앞당겨졌다. 2023년 기준금리를 예상한 위원이 지난 3월만 해도 7명에 그쳤는데, 6월 13명으로 대거 늘어난 것이다. 이 중 11명은 아예 2023년 말까지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점쳤다. 2022년으로 예상한 위원도 종전 4명에서 7명으로 늘었다.
테이퍼링 논의도 공식화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을 논의할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봐도 좋다"고 말했다. 논의 테이블 위에 테이퍼링 여부와 시기 안건을 올려놨다는 의미다. 인캐피털은 "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와 잠재적인 금리 인상을 향한 지름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했다.
성장률, 물가도 상향 "긴축 시계 빨라질 것"
연준이 깜짝 매파로 돌변한 건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그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6.5%에서 7%로 0.5%포인트 올려 잡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4%에서 3.4%로 상향했다. 파월 의장도 "예상했던 것보다 인플레이션이 더 높고 지속적일 수 있다"며 물가 상승 압력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리 인상의 전초적 성격인 테이퍼링 시점도 더욱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씨티은행은 "오는 9월 테이퍼링을 발표하고 12월 매월 150억 달러씩 매입 규모를 축소할 것"이란 구체적인 전망까지 내놨다.
연준의 긴축 시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우리 금융시장도 출렁였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건 외환시장이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2원 급등한 달러당 1,130.4원에 마감하며 지난달 20일 이후 한 달 만에 1,130원대로 올라섰다.
코스피는 0.42% 내린 3,264.96에 종료하며 사흘간 이어온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멈췄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통화금융대책반 회의에서 FOMC 회의를 "다소 매파적"이라고 평가하며 "향후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 및 물가 상황과 정책 기대 변화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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