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배스천 스미의 '관계의 미술사'
에드가 드가가 그린 ‘에두아르 마네와 그의 아내’를 보면, 그림 속 마네는 소파에 눕듯이 기대고선 턱을 괸 채 딴 생각을 하고 있다. 그의 아내인 수잔은 등을 진 채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그런데 마네는 드가로부터 선물 받은 이 그림을 칼로 찢어 버린다. ‘초상화는 결국 누군가를 읽어내는 일’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마네는 너무 많은 것을 들켜버린 것이 불쾌했던 것일까. 답은 책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의 미술 비평가로 활동 중인 서배스천 스미의 ‘관계의 미술사(The Art of Rivalry)’는 드가와 마네를 비롯해 앙리 마티스와 파블로 피카소, 잭슨 폴록과 윌렘 드쿠닝, 루치안 프로이트와 프랜시스 베이컨 등 총 네 쌍의 천재 예술가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각각의 인물이 살아온 배경에 대해서도 상세히 서술하지만, 두 예술가의 교류와 그것이 서로에게 미친 영향을 집중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프로이트가 1952년에 자신이 제작한 동료 화가 베이컨의 초상화가 도난당하자 그 그림을 ‘현상수배’한 사연 등 책에 소개된 미술계 에피소드들은 그들의 그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책을 읽은 뒤 책 앞부분으로 돌아가면 수록된 도판에서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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