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살해 유기 후 살아있는 척 부모 속인 남동생… 법정서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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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살해 유기 후 살아있는 척 부모 속인 남동생… 법정서 눈물

입력
2021.06.17 12:20
수정
2021.07.1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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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로 30차례… 시신 여행용 가방에
"늦은 귀가 잔소리하자 우발적으로…"
첫 재판서 "혐의 모두 인정" 9차례 반성문

누나를 살해하고 시신을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5월 2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친누나를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20대 남동생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이날 법정에선 구체적인 범행 수법과 동기도 공개됐다.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 김상우) 심리로 17일 열린 첫 공판에서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27)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재판부가 발언 기회를 주자 눈물을 흘리며 "다음 기일에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기소된 뒤 최근까지 9차례 반성문을 써서 재판부에 제출한 A씨는 부모와 친척의 탄원서와 진정서도 내기로 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A씨의 구체적 공소사실을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2시 50분쯤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사는 누나 B(30대)씨의 옆구리와 목, 가슴 부위를 흉기로 30여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범행 당일 오전 1시쯤 집에 들어온 그는 B씨가 잔소리를 하면서 고등학교 재학 당시 가출과 과소비 등 평소 행실을 문제삼자 화가 나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누나 시신을 아파트 옥상에 열흘 동안 숨겨 놨다가 여행용 가방에 담아 렌터카를 이용해 인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 한 농수로에 버린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시신이 담긴 가방을 페인트통과 소화기 등을 이용해 농수로에 가라앉힌 것으로 드러났다.

B씨 시신은 살해된 지 4개월만인 지난달 21일 오후 2시 13분 농수로에서 주민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B씨 시신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여행용 가방에서 빠져 나와 물 위로 떠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지 9일만인 지난달 29일 A씨 남매의 부모 집이 있는 경북 안동에서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경찰 조사 당시 "집에 늦게 들어왔다고 잔소리하는 누나와 말다툼을 하다가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포털사이트에 시신 유기 장소인 '석모도' 등을 주기적으로 검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체포되기 전까지 인천 남동산업단지 소재 직장을 다니는 등 일상 생활을 해왔다. A씨는 누나의 발인 때 영정사진을 들기도 했다.

A씨는 B씨의 휴대폰 유심(가입자 정보가 들어있는 카드)을 다른 휴대폰에 꽂은 뒤 카카오톡 계정에 접속해 누나 행세를 하며 B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부모를 속이기도 했다. A씨는 누나 계정으로 접속해 '나는 남자친구랑 잘 있다. 찾으면 아예 집에 안 들어갈 것이다'는 메시지를 자신의 계정으로 보낸 뒤 이를 부모에게 보여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속은 부모는 지난 2월 14일 접수한 B씨의 가출 신고를 취하했다. A씨는 누나의 은행계좌에 접속해 소액을 자신의 계좌로 보낸 뒤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A씨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13일 열릴 예정이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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