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푸틴, 스위스에서 미러정상회담 개최
핵무기 통제 위한 전략핵 안정 성명도 채택
사이버 공격, 나발니 구금 두고 서로 할 얘기만
“대화는 상당히 건설적이었다. 러시아와 미국이 함께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하나도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전체 회담의 톤은 좋고 긍정적이었다. (푸틴 대통령의) 위협은 없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미국과 러시아 정상이 1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양자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내린 평가다. 양국은 무력 충돌과 핵무기 통제를 위한 전략핵 안정 관련 공동성명도 발표했고, 미러 갈등 와중에 주재국을 떠났던 양국 대사의 임지 복귀에도 합의했다. 선물도 교환하고 상대를 서로 높게 평가하는 등 회담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했다. 미러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미러 간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해 갈등 임시 봉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푸틴 “바이든과 신뢰의 섬광은 비쳤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스위스 제네바 빌라 라 그렁주에서 3시간 동안 소인수ㆍ확대정상회담을 잇따라 가진 뒤 각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먼저 기자회견을 연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새로운 이해와 신뢰 수준에 이르렀느냐’라는 질문에 ‘인생에는 행복은 없고 오직 행복의 섬광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말을 인용하면서 “현재 (미러관계) 상황에서 가족 간 신뢰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신뢰의 섬광은 비쳤다”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서도 “기대했던 대로 아주 건설적이고, 균형 잡혀 있으며, 아주 경험 많은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과 나 사이에 적대적인 어떤 것은 없었다”라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러시아 기반 해커 조직의 미국 기업 사이버 공격 논란과 관련, “양국이 사이버 안보에 대해 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라고 전했다. 2026년 시한이 종료되는 미국과 러시아 간 핵통제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ㆍNew START)’을 대체하기 위한 핵협상 시작 합의 사실도 공개했다.
하지만 세부 현안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완강함도 내비쳤다. 그는 러시아 정부의 미국 사이버 공격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고,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구금 및 인권 문제 제기를 두고는 미국도 그런 문제를 안고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쿠바 관타나모수용소 유지나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따른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의 워싱턴 국회의사당 점거 사태 등 예도 들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위협 문제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자국 내에서 합법적으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바이든 “미러 신냉전 모두에게 불이익”
푸틴 대통령 기자회견 종료 뒤 인근 호텔에서 회견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도 회담 결과 전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나는 (회담에서) 하러 온 것을 했다”며 세 가지 목표를 설명했다. △미러 양국의 상호이익 증진과 전 세계 이익을 위해 할 수 있는 실용적 노력 영역 확인 △미국과 동맹의 핵심이익 훼손 행위에 대응할 것이라는 점 직접 전달 △미국의 우선순위 및 가치 제시가 그것이다. 특히 “우리의 가치와 원칙에 기반한 단 하나의 것도 포기하지 않고 두 나라 관계를 상당히 개선할 진정한 전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새로운 냉전을 추구하는 데 흥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신냉전은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누구의 이익에도 맞지 않는다고 푸틴 대통령에게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 역시 실제 현안에서는 러시아에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러시아의 사이버 해킹 공격과 관련, “푸틴은 추가 선거 개입이나 사이버 공격이 있을 경우 내가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걸 안다. 우리는 상당한 사이버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푸틴에게) 알려줬다. 그도 안다”라고 말했다.
수감 중인 나발니 문제에 대해서는 “나발니가 사망할 경우 러시아가 치러야 할 대가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계속해서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도 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협력할 분야에서는 접점을 찾아가겠지만 민주주의와 인권 등 근본 가치에서는 양보할 뜻이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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