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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차례 20대 청년 '극단적 선택' 막은 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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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차례 20대 청년 '극단적 선택' 막은 경찰관

입력
2021.06.17 14:30
수정
2021.06.17 19:3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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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부서 동덕지구대 권형기 경위?
원룸과 병원 응급실 등서 막다가 부상
"수갑 채울 때보다 시민 도울 때 보람"

대구 중부경찰서 동덕지구대 권형기 경위가 지난 8일 119종합상황실의 지령을 받고 현장에 도착해 인명을 구조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대구= 김민규 기자

대구 중부경찰서 동덕지구대 권형기 경위가 지난 8일 119종합상황실의 지령을 받고 현장에 도착해 인명을 구조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대구= 김민규 기자

하루에 세 차례나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기도한 20대 청년의 목숨을 경찰이 구했다.

지난 8일 오전 7시 대구의 한 원룸에서 20대 남성이 경찰관에게 고함을 치며 주먹을 휘두르다 갑자기 창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4층 열린 창문을 의식하고 있었던 대구 중부경찰서 동덕지구대 권형기(42) 경위는 반사적으로 팔을 뻗어 남성을 잡고 바닥에 뒹굴었다.

권 경위가 이날 119구급대와 공조 출동 요청을 받은 것은 오전 6시 40분이다. 소방당국은 신고 수화기 너머로 "크억" 하는 구토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남성은 이미 천장에 매달린 상태였다. 권 경위는 김상훈(26) 순경과 남성을 끌어내려 온몸을 주물렀다. 의식이 돌아온 이 남성이 창문으로 두 번째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가 제지당한 것이었다.

권 경위는 만약을 대비해 그의 손목에 수갑을 채워 병원 응급실로 데려갔다. 함께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이 남성을 입원시키면서 공조 업무는 마무리됐다. 하지만 권 경위는 찜찜했다. 아니나 다를까 병원을 떠나지 못한 권 경위 귀에 "쾅" 하는 응급실 문 소리와 함께 "잡아라"는 고함이 들렸다. 맨발로 뛰어나오는 그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병원이 가파른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 투신 위험이 있었다. 권 경위는 또 한 번 남성과 뒤엉켜야 했다. 거세게 저항하던 남성은 부모가 오고 나서야 진정이 됐다.

권 경위가 본부에 '상황 종료' 무전을 보낸 뒤 이마를 만져보니 뜨거운 액체가 느껴졌다. 피가 흘렀다. 무릎도 욱신거렸다. 온몸이 쑤셨다. 권 경위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하기 때문에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고 말했다.

권 경위는 순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범인 검거와 사건 처리에 있어선 집요하다. 1년 가까이 쉬는 날마다 우체국에서 잠복근무하면서 지명수배자를 잡은 적도 있다. 그래서 별명도 '곰치'다. 날카로운 이빨로 한 번 물면 안 놓치는 물고기와 업무 스타일이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몸을 사리지 않다 보니 그가 받은 표창만 20개가 넘는다. 2010년에는 지역경찰 외근 성적 1위로 국외 연수까지 다녀왔다. 2011년에는 대구의 외근 경찰관 2,500여 명 중에서 외근성적 1위, 강력범 검거 1위에도 올랐다.

권 경위는 "범인에게 수갑을 채우는 것보다 어려운 시민을 도울 때 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구 중부경찰서 동덕지구대 권형기 경위가 "범인을 잡을 때보다 시민을 도와줄 때 경찰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있다. 대구= 김민규 기자

대구 중부경찰서 동덕지구대 권형기 경위가 "범인을 잡을 때보다 시민을 도와줄 때 경찰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있다. 대구= 김민규 기자


대구=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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