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 세일즈’에 나섰다. 부작용이 적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을 기반으로 한 독일 제약업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 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독일 큐어백의 프란츠 베르너 하스 최고경영자(CEO)와 화상 면담을 갖고 “큐어백의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생산 거점으로 한국을 우선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큐어백은 모더나ㆍ화이자에 이어 mRNA 기술을 적용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중이다.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최근 ‘2세대 백신’으로 각광받고 있다.
문 대통령도 이런 점을 감안해 적극적 협력을 주문했다. 그는 “큐어백이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이 가능한 2세대 백신을 개발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큐어백의 뛰어난 mRNA 기술과 한국이 보유한 고품질 생산 인프라의 결합은 전 세계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원ㆍ부자재 및 생산시설 확충 등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전폭적 뒷받침을 약속했다.
이에 하스 CEO는 “이미 29개의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했고, 국경을 초월해 퍼진다는 점에서 전 세계 제약회사와 네트워크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화답했다. “한국은 최고 수준의 유수 제약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협력 여지가 많다”면서 문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내비쳤다.
큐어백이 제안을 수용하면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모더나에 이은 국내 4번째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이 된다. 큐어백은 이달 내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는데, 기업 규모가 작아 글로벌 공급을 위해선 위탁생산이 필수다.
이번 면담은 문 대통령의 ‘백신 외교’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앞서 12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 협력을 설득했고, “독일 mRNA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과 협의하겠다”는 확답을 얻어냈다.
정부는 11월까지 ‘집단 면역’ 달성을 위해 인구 70%인 3,600만 명에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전 국민이 접종하려면 내년까지 안정적 백신 수급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백신 외교에 열을 올리는 건 수급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이참에 백신 개발 기술을 확실히 끌어올리겠다는 목적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큐어백 대표와의 만남은 백신 확보와 백신 파트너십을 유럽으로 확대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스트리아 순방 일정을 마치고 17일까지 스페인 국빈 방문 일정에 들어간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스페인이 해외 정상의 국빈 방문을 허용한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다.
빈=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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