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월요일 아침이 되면서 정말 큰일 나겠다 싶었다. 파국을 막아야겠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단식을 결정한 것이다."
15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 로비에서 만난 김용익 건보 이사장은 단식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사장으로서 격에 맞지 않는 행동임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지만, 공단 직원들의 분노가 폭발 직전인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10일 오전에 고객센터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하고 본사 로비까지 점거하자 며칠 사이에 내부 정규직 직원들의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고 1인 시위를 하는 직원까지 나왔다"며 "파업과 점거를 속히 중단시키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분열이 생길 거 같아 주말에 고민을 하다 결심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건보공단 고객센터노동조합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상황에서 돌연 단식을 선언하며 14일부터 로비에서 홀로 '농성'을 벌이고 있다. 19대 국회의원 출신으로 민주정책연구원장까지 지낸 공공기관 최고책임자가 노조를 상대로 단식을 벌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더구나 김 이사장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수립에 관여한 문 대통령 측근인사로 꼽힌다.
때문에 노동계에선 김 이사장이 단식보다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내부 반발이 있다면 그 반발이 왜 잘못된 것인지 설득하고 바로잡는 것이 이사장의 역할"이라며 "지금 당장 단식쇼를 집어치우고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을 결단하라"고 요구했다.
-꼭 단식을 해야 했나. 다른 방법은 없었나.
"외부에서는 갑자기 이사장이 돌출 행동을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공단노조와 고객센터노조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물밑 작업이 꾸준히 있어왔고 성과도 있었다. 그런데 직고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사무논의협의회에 공단노조가 불참을 선언하고, 고객센터노조는 파업에 돌입하며 그런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갈등이 증폭돼버렸다. 이사장으로서 극한대립을 막기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고객센터노조는 공단이 협의체를 핑계 삼아 시간만 끌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사안은 각자의 입장이 너무 다르고 또 나름의 충분한 이유가 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고객센터노조가 2월에 첫 파업을 한 후 내부 직원들에게 고객센터노조에 너무 악감정을 갖지 말아달라고 종용하고 대화도 했다. 5월부터 사무논의협의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사장이 내부갈등을 못 풀고 단식을 하는 것은 책임회피란 비판도 나온다.
"세상에는 이런 식의 갈등 관계가 무수히 많다. 그런데 파업을 해버리면 대화가 안된다. 대화를 할 수 없는 방식을 택하니 대화를 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로비 건너편에 30여 명의 고객센터노조원들이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직접 대화를 할 생각은 없나.
"사무노조협의회에 참여해 논의를 하는 것이 바로 직접 대화를 하는 것이다. 직고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인 만큼 거기서 나오는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려고 했다."
-취임 초기에 고객센터 외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았나.
"당시에 정부가 민간위탁을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에서 3단계로 분류했다. 그래서 업무직 등 다른 부문 정규직화를 먼저 한 것이고, 민간위탁은 정부 지침대로 뒤로 미룬 것이다. 그러다 2019년 가을부터 논의를 시작하려고 협의회 구성을 했는데, 코로나19가 발생하는 바람에 진행을 못하고 늦어진 점은 있었다."
-파업을 풀고 협의체에서 논의를 시작하면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까.
"난관이 적지 않을 것이다. 우여곡절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도 이 방법밖에 달리 해법이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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