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형제 화재 사건' 전말... "엄마 외출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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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초등생 형제 화재 사건' 전말... "엄마 외출은 멈추지 않았다"

입력
2021.06.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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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집 비운 사이 화재로 형은 중화상 동생은 사망
이전에도 집 자주 비워 법원서 아동보호명령 받기도
"반성하고 홀로 양육 어려웠을 것" 방임 집행유예

지난해 9월 14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상황에서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이려다가 불을 내 온몸에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쳤다. 사진은 화재 현장 모습. 인천 미추홀소방서 제공

인천 ‘라면형제’ 화재 사건으로 알려진 ‘인천 용현동 화재사고’와 관련해 법원이 초등학생 형제의 친모에게 방임 혐의를 인정해 최근 유죄를 선고했다. 친모는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양육 태도 개선을 다짐했지만, 이미 아들 한 명이 세상을 떠난 뒤였다.

친모의 판결문에는 화재 당시 고통스러웠을 두 아들의 구체적인 상황과 친모의 외출 행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판결문을 토대로 안타까운 세 모자의 사연을 되짚고 사건을 재구성해 봤다.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주방에서 불을 내 크게 다친 초등학생 형제 중 열한 살 형과 그 어머니가 1월 29일 서울 한 화상전문병원에서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 관계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허종식 의원실 제공

열 살과 아홉 살, 두형제와 그들의 어머니 A(31)씨가 살던 인천 미추홀구 한 연립주택에서 연기가 솟구친 2020년 9월 14일 오전. 그날도 집에는 형제만 있었다. A씨는 아이들이 잠자고 있었을 법한 시각(오전 3시53분), '지인 집'에 가기 위해 집을 나간 뒤였다.

A씨의 이런 외출은 처음이 아니었다. 불이 나기 사흘 전이던 9월 11일 오후4시 55분에 집을 나간 그는 이틀 밤을 보내고 13일 새벽 5시 21분에 귀가했다. 불이 나기 보름 전이던 8월 28일부터 형제가 불장난을 하다가 집에 불을 냈던 날까지 10번이나 형제들만 집에 남겨 놓고 외출했다.

모든 외출의 목적은 '지인 집 방문'. 또 대부분의 외출이 야간에 시작돼 오전에 마무리됐다. 늦은 밤시간을 낀 외출이라 형제들이 엄마랑 함께 잠을 자는 날은 드물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틀에 하루꼴로 그랬다. 어떤 때는 4시간 반 만에 돌아오기도 했지만, A씨는 2박3일(40시간) 넘게 집을 비운 적도 있었다.

A씨의 잦은 외출은 이번 화재사건 전부터 계속됐다. 사고가 나기 2년 전이던 2018년 9월부터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가정방문과 대면상담 등의 관리를 받아온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렇지만 A씨의 외출은 멈추지 않았다. 방치된 아이들을 보다 못한 이웃 주민들이 세 차례나 신고했을 정도다. 그들이 살던 집에 불이 나기 얼마 전에는 인천가정법원에서 보호처분결정 및 피해아동보호명령이 떨어졌지만 두 아들에 대한 A씨의 양육 태도는 개선되지 않았다. 그의 방임 행위는 화재사고가 발생하고서야 비로소 중단됐다.

형제들은 학교가 문을 열었더라면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학교에서 주는 급식을 먹었을 테지만, 이들은 집에서 직접 찌개를 데워 먹기도 하고 라면을 먹기도 했다. 어떤 날은 새벽 3시에 동네 편의점에서 먹거리를 사서 먹기도 했다. 화재가 났던 그날 오전에도 형제는 가스레인지를 켜놓고 휴지와 햄버거 봉지에 불을 붙여 놀다가 사고가 났다. A씨가 집에 있었더라면 형제가 하지도 않았을 장난이었고, 큰불로도 번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불을 내 크게 다친 초등학생 형제가 다니던 인천 미추홀구 초등학교에서 지난해 10월 22일 치료 도중 사망한 여덟 살 동생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운동장 철조망에 동생을 추모하고 열살 형의 회복을 바라는 마음이 담긴 리본이 묶여있다. 연합뉴스

형제들은 엄마의 보살핌은 물론, 아빠의 손길도 거의 느껴보지 못했다. 형이 네 살 때인 2014년 11월, 크리스마스를 한 달 정도 앞두고 A씨 남편은 집을 나갔다. 그 때문에 집안 형편은 어려웠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이라 A씨는 정부에서 매달 160만 원을 받았다. 화재가 난 A씨의 집도 인천도시공사가 제공한 임대주택이었다. 4층짜리 빌라의 2층이 그들의 보금자리였다.

그날 불이 나자 형제는 엄마에게 먼저 전화한 뒤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동생은 침대와 맞닿은 책상 아래로 대피하고, 형은 장난감 텐트 안으로 피했다. 형은 동생을 지키고자 했던지, 동생에게 옮겨붙지 않도록 그 앞을 이불로 막았다. 현장에 출동한 한 소방관은 "책상과 바로 붙어 있는 침대 사이 공간에 쌓여있던 이불을 걷어내고 안에 있던 작은 아이를 구조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두 형제는 화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동생은 전신 5% 화상, 형은 40%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사고 발생 열흘 뒤 형제는 나란히 눈을 떴다. 특히 심한 3도 화상을 입어 두 차례 피부 이식 수술을 받은 형은 10월 들어 가끔 휴대전화로 원격수업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회복됐지만, 화재 당시 유독 가스를 많이 들이마신 동생은 의식을 찾은 뒤에도 겨우 "엄마"라는 말만 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못했다. 동생은 결국 상태가 악화해 그해 10월 21일 숨졌다. 불길 속에서 떨었던 그 날로부터 37일 만이었다.

병실이 달라 저간의 사정을 알 수 없었던 형은 동생이 죽었다는 사실을 한참 후에야 알았다. 동생이 안 보이는 것을 계속 이상하게 여기자 "하늘나라에 갔어. 거기서는 아프지 않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다음에 꼭 만나자"는 이야기를 엄마한테서 들었다.

형은 올해 1월 5일 처음으로 병원을 벗어났다. 다니던 학교 근처에 임대주택이 새로 마련됐다. 형은 아무렇지 않게 지내다가도 의지하던 동생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슬퍼하기를 되풀이했다고 한다.

인천지법 형사2단독 이연진 판사는 최근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 및 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엄마에 대해 "보호자로서 제공해야 할 영양섭취, 실내 청소 등 기본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고, 방임으로 인해 화재사고가 발생했다"며 “홀로 피해자들을 양육하면서 정신적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판단되고, 이 사건 이후 잘못을 반성하면서 양육 태도 개선을 위해 노력을 다짐하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A씨 한 명을 처벌하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취약계층 자녀를 위한 돌봄 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참사인 만큼, 보다 촘촘한 복지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숙 박사는 "코로나19로 아이들이 외부에 노출이 안 되면서 아동학대 징후를 발견하기 더 힘들어졌다"며 "교사와 지자체의 연계 체계를 활성화하고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의 인력과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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