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북한이 동의하면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 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북한에 코로나19 백신 지원 의사를 직접 밝힌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대북 백신 지원에 대한 질문에 "한국이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 역할을 할 경우 북한도 당연히 협력 대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북한의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참여를 제안한 데 이어 백신 제공 가능성까지 열어 놓으며 대화의 손짓을 보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백신 접종에 고소득 국가만 앞서간다고 코로나19에서 해방될 수 없다"며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저소득국 모든 나라가 백신에 접근해야 전 세계가 코로나19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과의 백신 글로벌 파트너십 합의에 따라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가 되어 전 세계 코로나 퇴치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개도국에 백신을 지원하는 전 세계 공동기구인 코백스 선구매공약메커니즘(AMC)에 올해부터 내년까지 약 2억 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백신 공급도 코백스를 통한 방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백신을 제공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미국도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협력에 대해선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간 판문점선언과 북미 간 싱가포르 성명을 존중하겠다고 한 점을 언급하며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원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했다"며 북한의 호응을 기대했다. 이어 "남북 대화와 협력이 보다 확대된다면 그것은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선순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도 했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팬데믹은 모든 국가가 함께해야 극복이 가능하다. 개도국, 가난한 국가 등 모두 백신 접종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호응했다. 이어 "북한 측이 (백신 지원에) 어떤 입장인지 잘 모르지만, 신호가 있다면 당연히 오스트리아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한국 대통령이 오스트리아를 방문한 것은 1892년 수교 이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판데어벨렌 대통령에 이어 세바스티안 쿠르츠 총리와 정상회담을 잇달아 열고 양국의 우호협력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빈=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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