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재판을 받은 뒤 부인 이순자씨 손을 꼭 잡고 30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두환(90)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항소심 재판이 두 차례 연기 끝에 14일 열렸으나 전씨는 불참했다.
광주지법 형사1부(부장 김재근)는 이날 오후 1시57분부터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공판기일엔 피고인 없는 '궐석'으로 진행했다.
전씨 측은 법리상 불출석한 상태에서 항소심 진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10일 첫 공판기일과 연기된 24일 모두 불출석했다.
실제로 이날 재판은 주심 판사가 코로나 환자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출석 하지 못해 검사와 전씨 측 변호사는 항소 요지와 입증 등만 설명했다.
검찰은 "형사 사건 피고인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단 것이지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라"며 "인정신문 없이 재판할 수 있다는 것은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씨가 불출석 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된다.
검찰은 "1980년 5월21일과 27일 계엄군이 헬기에서 총을 쏜 사실을 인정한 만큼 전씨가 회고록에서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것은 명백하다"고 주장한 반면 전씨 측 정주교 변호사는 "1980년 5월 무장 헬기 출동 시점 등으로 미뤄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인 다음달 5일 구체적인 증거 조사 방법 등을 정하기로 했다.
14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입구에서 전씨를 고소한 조영대 신부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5·18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씨는 항소심 재판에는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변호사를 통해 밝혔다. 연합뉴스
고(故) 조비오 신부 측 김정호 변호사는 "전씨 법정풍경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처지와 입장이 뒤바뀐 아이러니 상황"이라며 "가해자가 반성하지 않고 사죄를 하지 않으니 피해자는 용서를 하고 싶어도 용서할 수 없는 기막힌 처지의 사정을 알아줄것"을 주장했다. 또 "국가권력인 전씨가 공적인 기록이나 자료 등 주요한 증거를 은폐와 조작했다"며 ‘조작된 자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재판장의 혜안으로 가려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한 고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항소심에 앞서 법원앞에서 고인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불출석한 전씨에 대해 "계속해서 법정 출석을 거부하는데 정말 벽에다가 소리를 지르는 것 같다"며 사죄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어 그는 "불성실한 태도에 고인의 가족과 광주시민들의 상처는 커져가고 있다"면서 "전씨는 아무리 부정하고 발뺌해도 역사의 진실로부터는 벗어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