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에 또 한 명의 '신성'이 등장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22세 신예 개릭 히고가 그 주인공으로, 두 번째 도전한 PGA 투어 대회에서 깜짝 우승했다.
히고는 14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리지랜드의 콩가리 골프클럽(파71ㆍ7,655야드)에서 열린 팔메토 챔피언십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 보기 2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를 쳤다. 합계 11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히고는 체슨 해들리를 비롯한 6명의 공동 2위를 1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2019년 프로로 데뷔한 히고는 유러피언 투어에서 통산 3승을 올렸고, 지난 1월엔 골프채널이 선정한 2021년 기대되는 선수 10명에 포함된 유망주다. 지난달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처음으로 PGA 투어 무대를 경험한 히고는 공동 64위에 그쳤지만 신설 대회인 이번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PGA 투어에서 2개 대회 이하를 뛰고 우승한 선수는 1988년 데뷔전인 BMW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짐 베네페 이후 히고가 두 번째다. PGA 투어 비회원으로 우승한 건 2019년 3M 오픈의 매슈 울프(미국) 이후 처음이다.
히고는 ‘제2의 미켈슨’으로도 불린다. 왼손잡이에 300야드가 넘는 장타를 날려 필 미켈슨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오른손잡이지만 골프는 왼손 스윙을 하는 것 역시 미켈슨과 닮았다. 미켈슨은 오른손 스윙을 하는 아버지를 거울 보듯 따라 하면서 왼손 스윙을 하게 됐다. 히고는 “3세부터 골프를 시작했는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자연스럽게 왼손 스윙을 하게 됐다”며 “테니스는 오른손으로 친다”고 말했다.
히고의 우승 소식에 가족들 못지 않게 감격해 한 이가 있었다. 히고와 같은 남아공 출신의 게리 플레이어다. 플레이어는 메이저 9승을 포함해 PGA 투어에서 통산 24승을 거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전설이다. 히고는 1958년 플레이어 이후 63년 만에 22세 이하 남아공 선수로 PGA 투어를 제패했다.
플레이어는 트위터를 통해 “PGA 투어 대회 두 번째 출전 만에 우승한 히고의 모습을 지켜봐 기쁘다. 그는 겸손하고 예의 바른 청년으로 앞으로 큰일을 낼 것이다”고 말했다.
사실 히고와 플레이어의 인연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히고는 9세 때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슬픔에 빠져 있던 히고에게 손을 내민 건 플레이어였다. 히고는 “9살 때 나와 같은 지역에 살던 플레이어와 운 좋게 9홀을 뛸 수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인데 플레이어도 비슷한 나이에 어머니를 잃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회상했다.
이후에도 플레이어는 히고와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다. 히고는 “플레이어는 편지를 보내서 늘 격려해줬고, 아마추어 대회 전 전화를 통해서도 도움을 줬다. 선샤인 투어(남아공 골프 투어)를 시작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플레이어는 지난해 9월 히고가 유러피언 투어 첫 승인 포르투갈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자 자신의 트위터에 9세 때 히고를 안고 찍은 사진을 올리며 진심으로 기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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