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의회 13일 총회, 임기 4년 새 정부 수립
전반기 2년 베네트 총리, 후반기엔 라피드 총리 승계
네타냐후 "조국 위해 일할 수 있어 영광" 말하면서도
"이란이 기뻐하는 위험한 정부 뒤집을 것" 경고 남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12년 집권을 끝맺고 새 총리에 취임하는 나프탈리 베네트 야미나 대표. 예루살렘=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스라엘 ‘반(反)네타냐후 연정’이 돛을 올렸다. 좌파에서 극우파까지, 또 아랍계에서 이스라엘 민족주의까지, 이념과 인적 구성이 판이하게 다른 8개 정당이 ‘네타냐후 저지’라는 단 한 가지 목표 아래 뜻을 모았다. 잇따른 위기에도 12년 2개월간 정권을 지켜 왔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일단 링에서 내려가게 됐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13일(현지시간) 오후 특별 총회를 열어 재적 120석 중 찬성 60표 대 반대 59표, 기권 1표로 새 연정을 승인했다. 사전 합의에 따라 차기 정부 임기 전반기인 2023년 8월까지는 야미나당 출신 나프탈리 베네트 의원이 총리를 맡고, 이후 2년간은 야이르 라피드 예시 아티드 대표가 총리직을 승계한다. 지난 11일 8개 정당이 연정 구성안에 최종 서명하면서, 여성 9명을 포함한 내각 구성원 27명도 모두 정해진 상태다.
중도 성향의 TV 앵커 출신 라피드가 이끄는 예시 아티드(17석)와 네타냐후의 수석보좌관 출신 극우 정치인 베네트의 야미나(7석)가 주도한 이번 반네타냐후 연정에는 중도 성향의 청백당(8석), 우파 성향의 ‘뉴 호프(6석)’, 중도 우파 성향의 ‘이스라엘 베이테이누(7석)’, 좌파 성향의 노동당(7석),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메레츠(6석), 아랍계 정당 라암(4석)이 동참했다. 야미나에서 한 석이 이탈했지만 61석을 확보, 총 의석 120석 중 가까스로 과반을 달성했다.
연정 출범 당일까지 우여곡절은 이어졌다. 총회를 앞두고 라암 소속 사이드 알하루미 의원이 연정 불참 의사를 밝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상황이 소용돌이친 것이다. 하지만 알하루미 의원이 “오늘 정부가 수립될 것”이라고 현지 채널12 뉴스 인터뷰에서 밝히면서 연정은 다시 안정을 찾았다. 만수르 아바스 라암 대표와 라피드 예시 아티드 대표가 총회 직전 열린 연정 지도자 회의에서 “정부가 수립될 것”이라고 확언하면서 사태는 잠잠해졌다.
차기 총리인 베네트 의원은 승인투표 전 크네세트 연설에서 "우리는 내부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바로 이 순간에 사람들의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리쿠드당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연설을 방해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더해 "아랍 시민들과 협력의 길을 닦아 준 네타냐후 총리의 공을 인정해야 한다"고 비꼬기도 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보도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라피드 대표는 자신의 86세 노모를 언급하며 "그녀가 이스라엘의 민주적 과정을 자랑스러워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리쿠드당의 연설 방해가 민주주의에 위반된다는 주장이다.
네타냐후 총리도 연단에 올라 "나는 리쿠드당에 투표한 이스라엘인 100만 명을 대신해 여기 있다"며 "그들을 대신해 이스라엘의 안전과 번영을 보장하는 사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 밤낮으로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퇴임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향후 정국 혼란도 예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 이제 이스라엘의 '약한 정부'를 축하할 것"이라며 "우리는 위험한 정부를 무너트릴 때까지 고개를 들고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 측이 내심 원했던 연정세력 내 반란표는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흔들렸던 알하루미 의원이 기권했을 뿐, 초계파ㆍ초민족 ‘무지개 연정’이 네타냐후 총리 시대에 결국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한편 크네세트는 이날 새 의장으로 67표를 얻은 미키 레비 예시 아티드당 의원을 선출했다. 경쟁 후보로 나선 야코브 마르기 리쿠드당 의원은 52표를 얻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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