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중이 자기 소유 땅에 조상들의 분묘를 설치해 관리하던 중 토지 소유권이 타인에게 넘어갔다면, 분묘를 옮기지 않아도 되지만 토지 사용료는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회사가 B씨 종중을 상대로 제기한 분묘지료(地料)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B씨 종중은 조선시대 말기인 1862년 이전부터 해당 토지에 종중의 분묘를 두고 유지하고 관리해왔다. 종중 소유였던 토지는 1970~80년대에 국가로 소유권이 이전됐고, A사는 2013~2014년 B씨 종중의 분묘 14기가 있던 토지를 경매를 통해 구입했다.
‘땅 주인’이 된 A사는 B씨 종중을 상대로 분묘를 철거하고 땅을 넘기라고 요구하는 동시에, 토지 사용료를 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B씨 종중은 소유권자가 아니라 땅을 사용할 권한이 없는데다,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더라도 매달 사용료는 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분묘기지권은 ‘남의 토지 위에 묘를 쓴 사람에게 관습법상 인정되는 권리’를 뜻한다.
1·2심은 종중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B씨 종중이 해당 토지의 양도 과정에서 분묘 이장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며 분묘기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A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또한 “A사와 B씨 종중 사이에 지료(地料)에 대한 약정이 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다”며 사용료를 낼 필요도 없다고 판단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사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례상 자기 소유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그 토지를 양도하며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특약을 하지 않아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묘기지권자가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사용의 대가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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