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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식품ㆍ의료제품 이야기] ‘일탈이 아닌 일상’이 된 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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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식품ㆍ의료제품 이야기] ‘일탈이 아닌 일상’이 된 마약

입력
2021.06.14 18: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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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불법적으로 마약을 사용하다 적발된 사람이 1만8,050명으로 ‘마약 사범 2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10만 명당 마약사범 적발 수를 일컫는 ‘마약류 범죄 계수’가 20명이 넘으면 마약의 급속한 확산 위험이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이미 올해 28명을 넘어섰다.

더구나 청소년 마약 사범이 2016년 121명에서 2020년 313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우리 일상에서 마약은 이제 ‘드문 일탈’이 아니라 ‘흔한 일상’이 됐다.

최근 마약류 오남용 증가 흐름은 청소년ㆍ인터넷ㆍ국내 체류 외국인ㆍ중독성 의약품 등 4가지다. 유튜브ㆍSNSㆍ다크웹 등 인터넷을 통한 마약류 판매 광고를 접한 뒤 가상화폐를 통한 마약 거래가 늘었다. 청소년까지 마약류 접근성이 높아졌다.

또한 국내 체류 외국인이 국제 우편ㆍ특송 화물 등을 이용해 신종 대마 등을 밀수입하는 사례도 늘었다. 중독성 의약품을 통한 마약류 오ㆍ남용 사례도 크게 늘었다. 고교생을 포함한 42명이 병ㆍ의원을 돌며 강력한 아편계 진통제 펜타닐 패치를 구해 공원ㆍ상가 화장실ㆍ학교 등에서 투약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중독성 의약품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치료를 일차적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의사, 환자 모두 중독의 위험성을 간과할 수 있다. 만성통증 환자가 아편계 진통제를 투약하면 쉽게 의존성이 생기고, 젊은 층의 경우 과다 복용하면 호흡 마비로 사망하기도 한다.

프로포폴의 경우 무호흡을 유발하고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식욕억제제인 펜터민ㆍ디에틸프로피온은 중추신경 자극이 심해 체질량 지수(BMI) 30 이상일 때만 4주 이내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정상 범위 체중의 젊은 여성이 수개월 복용하다 급성 정신 질환 증상이 생기기도 했다. 식욕억제제 복용 중단 뒤에도 환청ㆍ망상 등이 지속돼 수년간 치료를 받는 사람도 있다. 수면제 졸피뎀도 과다 복용하면 수면 도중 이상ㆍ자살 행동 등에 노출될 수 있다.

쉽고 편하게 얻은 쾌락은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뇌의 기쁨 회로에 작용해 쉽고 빠르게 기분을 변화시키는 약물은 의존 발생 위험이 높다. 효과를 높이려고 사용량을 늘리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마약류 약물 사용은 처음부터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 활동을 바꾸는 약물 사용에 대한 주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마약류 오ㆍ남용을 막기 위해 조직ㆍ인력을 확대해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의료용 마약류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역할도 기대해 본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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