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철거 재하도급, 원청 공사비의 4분의 1로 후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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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광주 철거 재하도급, 원청 공사비의 4분의 1로 후려쳤다

입력
2021.06.11 17:20
수정
2021.06.1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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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왕' 구역과 겹쳐...조합, 정치인, 공무원 연루설
"일찌감치 해체공사 감리자 내정됐다" 소문도 파다
법무장관  "불법 하도급 의혹 신속 철저 수사, 엄벌"

11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 버스 매몰 사고' 현장 앞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화가 놓여 있다. 지난 9일 오후 이곳에서는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지나가던 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뉴시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광역시 동구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지상 5층 지하 1층) 해체 공사 수주업체가 원청 사업자와 계약한 공사 대금의 4분의 1 이하 금액으로 지역 철거업체에 재하도급을 준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 거래로 인한 가격 후려치기가 날림 철거공사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고 업체 선정 및 계약을 둘러싼 불법행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해체공사 감리자가 업체의 건물 해체계획서 작성 단계에서 이미 내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공무원과의 결탁 여부도 캐고 있어, 경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11일 붕괴된 철거 건물이 포함된 동구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구역 철거 시공사인 H사가 철거 공사를 재하도급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H사는 올해 상반기 재개발사업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과 철거 공사 하도급 계약을 맺은 뒤 지역 철거업체인 B사에 재하도급을 줬다. H사는 현대산업개발로부터 따낸 사업 구역 내 철거 대상 물량(610개 건물) 전체를 그대로 B사에 재하도급했다. 이 과정에서 H사는 현대산업개발과 계약했던 공사 대금의 4분의 1 이하로 공사비를 후려쳤다. 당초 H사가 현대산업개발과 계약한 공사 대금은 수십억 원대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H사와 B사가 계약한 공사 비용이 H사와 현대산업개발 간 공사 대금보다 훨씬 쌌다"며 "철거업체 간 계약 과정에서 리베이트(부당한 경제적 이익) 수수 여부 등 불법행위가 있었는지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지난 9일 오전 굴착기가 건물 뒤편에 약 45도 경사로 쌓아올린 흙더미 위에 올라 2∼3층 부분을 철거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경찰은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과 정치인, 공무원, 조직폭력배 등이 업체 선정과 공사 수주 과정에 개입해 뒷돈을 챙겼다는 소문도 돌아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은 한때 '철거왕'으로 불리며 철거업계를 평정한 A회장이 이끈 다원그룹의 그림자가 이번 사업 구역에 겹쳐져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 다원그룹은 사업 구역 내 석면 해체·제거 업체로 선정됐다.

경찰은 철거 허가권자인 광주 동구청의 관리 감독 부실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실제 동구청은 사업 규모에 따른 감리 능력을 검증하지도 않고 H사가 건물 해체계획서에서 제시한 감리자를 그대로 선정했다. 현행 건축물관리법은 허가권자인 주무 감독청(동구청)이 관리자(조합)의 해체계획서를 허가하면서 감리자를 지정하도록 돼 있다.

경찰은 이날 감리자인 차모(59)씨를 불러 감리자 지정 과정과 감리 업무 소홀 여부를 집중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다수의 무고한 시민들이 안타깝게 희생된 중대 사건으로 보고 있다"며 "모든 수사력을 집중해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이날 철거 건물 붕괴 참사 현장과 합동분향소를 찾아 "공공 형사 정책의 핵심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침해하는 사건에 대해 엄정 처벌하는 것"이라며 "불법 하도급 의혹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유가족들은 이날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부검에 모두 동의했다. 유가족들은 부검이 끝나면 시신을 인도 받아 장례 절차를 밟는다. 일부 유가족은 12일 오전 발인식을 열 예정이다.

광주= 안경호 기자
광주=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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