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공개된 '4대 전략품목 공급망 재편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가 중국의 신생 메모리 반도체 회사를 콕 집어 집중 견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설립된 지 갓 5년된 '루키급 회사'에, 자국 간판업체인 마이크론의 "직접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비상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美 "YMTC, 中 메모리 간판 회사로 급부상"
19일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지난 8일 공개한 공급망 재편 보고서에는 중국 메모리반도체 회사 양쯔메모리(YMTC)가 8번 언급됐다. 이미 미국 수출규제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최대 반도체사 SMIC(4회)보다 두 배나 많이 언급된 셈이다.
YMTC는 아직 미국의 제재 대상도 아니지만, 보고서를 살펴보면 미국이 얼마나 경계심을 갖고 있는지 잘 드러난다. 미 정부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메모리 프로젝트는 반도체산업 육성 노력 중 가장 성숙해 있다"며 "YMTC는 240억 달러(약 27조 원)의 정부 보조금을 기반으로 중국의 메모리 간판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 정부는 이 회사가 만든 저가 칩이 미국 메모리 회사인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에 '직접 위협(direct threat)'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대 글로벌 메모리 회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고 막대한 보조금으로 YMTC 키우기에 나선 상황이다. 그런데 기술력에서 한국보다 아래인 미국 메모리 회사들이 중국의 보조금 정책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게 미국 정부의 우려다.
YMTC에 대한 견제가 단순히 저가 경쟁 우려 때문만은 아니다. 미 정부는 보고서에서 "중국은 갈수록 더 뛰어난 메모리 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중국이 메모리 개발에 올인한 건 사이버 주권을 더 공고히하고 다가올 기술혁명 시대에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메모리 자립을 위해 노골적으로 밀어주는 YMTC가 미국 정부의 잠재 타깃이 된 배경이다.
업계 "YMTC, 성장에 곧 한계 올 것"
실제 미국의 우려대로 중국 반도체산업은 정부 주도로 육성되고 있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중국의 반도체 공장 투자 총액은 무려 2,150억 달러(240조 원)이 넘어섰고, 2023년까지 정부 자금을 기반으로 세워지는 반도체 공장은 지금의 두 배 수준인 70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무늬만 민간회사지, 실질적인 주인은 대부분 중국 정부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중국 우한에 본사를 둔 YMTC(2016년 설립) 역시 중국 정부의 지분이 24%에 이른다. 주로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낸드(NAND) 플래시메모리칩을 만드는데, 세계 점유율은 3% 안팎으로 존재감은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수출 규제에 맞서 기술자립에 애쓴 결과, YMTC가 지난해 개발한 128단 낸드 제품을 본격 양산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덕분에 이 회사 점유율은 내년 7%로 뛸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최근 초호황이 점쳐졌던 낸드 시장이 뜻밖의 공급과잉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다만 한편에선 YMTC도 곧 한계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낸드 분야가 D램보다 진입장벽이 낮긴 해도, 메모리 시장 특성상 원가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YMTC의 128단 제품을 보지 못해 실제 양산에 들어갔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설령 만든다 해도 양품 비율이 낮으면 손해를 보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데 보조금만으로 버틸 순 없다"고 전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24조 원이 커 보여도 실제 라인 한 개 비용으로 메모리 시장에선 큰 규모도 아니다"며 "칩 품질이 안 좋으면 전자제품 전체 성능도 떨어져 중국 정부가 자국산만 쓰라고 강요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