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손배소 각하 판결 비판
법원 내부망 글에 댓글 달아 올려
현직 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각하한 이른바 '김양호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식민지배를 국제법상 불법인지 따지는 것은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황병하 광주고등법원장은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지난 8일 게재된 "판결은 존중돼야 하지만 (최근 강제징용 판결 근거 상) 식민지배가 불법이 아니라는 판단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김병수 부산지법 동부지원 서기 작성)는 취지의 글에 댓글을 달아 이 같이 주장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 김양호)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송모씨 등 85명이 16개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률 지위에 있는 조약에 해당하는 청구권협정에 의해 소송 제기 권한이 제한돼야 한다"는 취지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황 법원장은 이에 '국제법을 근거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따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일 청구권 협정을 '동등한 힘을 가진 국가 간의 관계를 상정해 만들어진 법'이라는 통상의 국제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국제법 교과서를 아무리 뒤져봐도 강대국이 약소국을 힘으로 식민지화하는 방법을 다루는 내용은 없다"며 "힘으로 다른 나라를 합병하는 문제는 약육강식의 '사실' 문제일 뿐이지 '규범'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 '국제법상 불법'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난센스"라고 했다.
황 법원장은 재판부가 제시한 비엔나협약 제27조 및 국제법상 금반언 원칙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당사국 사이에 이뤄진 조약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등 국내법적 해석으로 뒤집을 경우, 이들 협약과 원칙에 위반되므로 한일청구권협정을 따라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논리인데, 황 법원장은 "일제시대 강제노역으로 인한 손해배상 문제는 그 이론적 근거인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므로 국내법에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어떤 사람을 강제로 데려다가 일을 시키고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는 행위를 하면, 그것이 국내법이건 국제법이건 '법질서에 위반'된다는 점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사건 재판장인 김양호 부장판사를 탄핵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9일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서 정부의 공식 답변 대상이 됐다. 10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강제동원공동행동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침략국의 불법성을 부정하는 가해자 중심 국제정치 논리와 외교 편향의 자의적 잣대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원통한 세월을 두 번 짓밟는 것으로 매우 충격적인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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