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에 주문하신 고객들께 전화를 드려 배송이 안 된다고 일일이 말씀을 드려야 할 처지인데, 이를 어쩌죠."
9일 새벽 3시. 전북 군산에서 천연발효빵을 만들어 파는 김모(39)씨는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빵을 굽기 시작했다. 이틀 전 발효시킨 빵을 오븐에 넣고 잠시 쪼그리고 앉아 쉬며 스마트폰을 보다 택배 파업 소식을 확인했다.
김씨는 전국에서 주문을 받아 우체국 택배를 통해 빵을 배송한다. 택배 파업으로 배송에 차질을 빚게 된 우체국 입장에선 가장 먼저 신선식품 배송부터 중단시켰다. 배송이 지연되면 상할 우려가 있어서다. 이 신선식품에는 당연히 김씨가 만든 천연발효빵도 포함된다. "오늘이야 그렇다 쳐도 다음 달까지 하루하루 주문량이 꽉 다 차 있는데, 파업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김씨는 이내 울상이 됐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이날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택배노조의 전면 파업에 참가할 수 있는 조합원은 2,100명 수준. 전체 택배기사 수가 4만여 명에 비하자면 5% 수준이다. 하지만 우체국은 전체 택배기사 3,800명 중 70%가 넘는 2,700명이 준법투쟁 형식으로 파업에 참가했다. 택배노조 파업에 우체국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우체국 택배를 많이 이용하는 전국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입는 구조다.
택배노조 파업 소식이 알려지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는 당장 냉동·냉장 식품 접수부터 제한했다. 하지만 이날만 해도 식품이 담긴 스티로폼 박스를 들고 우체국을 찾았다가 되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광주 광산구의 최모(60)씨는 "직접 키운 채소를 친척에게 보내려 했는데 우체국에서 접수가 안 된다 해서 도로 집에 가져갔다"고 말했다.
우체국을 제외한 다른 택배사들은 회사에 따라 사정이 달랐다. CJ대한통운은 "파업 이후 배송에 큰 차질이 없다"고 했지만 한진택배는 "경기 일산, 호남 일부, 거제 등 일부 지역에서는 배송지연을 안내했다"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쟁의권이 있는 2,000여 명 조합원은 파업하고, 쟁의권이 없는 나머지 조합원은 분류작업 거부 형태로 준법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앞서 택배노조는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해 배송 물품 분류 작업은 택배사가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1월 이에 대한 노사정 3자간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현장에서 실천되지 않고 있다며 2차 사회적 합의를 거부했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다음 회의는 이르면 15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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