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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이 다가 아니다…윤리경영 못하면 CEO도 날리는 'ESG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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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이 다가 아니다…윤리경영 못하면 CEO도 날리는 'ESG 파워'

입력
2021.06.09 04: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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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무신사·아워홈…오너 줄줄이 퇴진?
ESG 경영 강화 속 윤리경영 중요성 부상?
윤리경영, 부가적 기능 아닌 필수요소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효과 과장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달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효과 과장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달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사회적 물의를 빚은 유통기업의 오너들이 줄줄이 물러나고 있다. 소비자를 기만한 '괘씸죄'로 더 이상 기업 경영이 불가능해졌거나 오너 리스크를 우려한 주주들에게 자리를 박탈당하기도 한다. 무리한 마케팅으로 인한 논란에 책임을 지는 경우도 있다.

과거엔 기업 오너들이 물의를 일으킨 후 경영에서 잠시 손을 뗐다가 논란이 사그라들면 슬그머니 복귀하는 행태를 보였으나 소비자 수준이 높아진 지금은 이 같은 꼼수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재무적 요소 못지않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면서 기업의 윤리·사회적 문제는 매출과 경영 방식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돌아오고 있다.

땜질식 사과보다…'오너 퇴진' 카드 내미는 이유

최근 '윤리경영' 실패 사례와 결과. 그래픽=김문중 기자

최근 '윤리경영' 실패 사례와 결과. 그래픽=김문중 기자

8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자리에서 물러난 유통기업 오너는 '불가리스 논란'을 일으킨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남녀 차별 쿠폰 등으로 논란을 빚은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창업자 조만호 대표, 보복운전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까지 세 명이나 된다.

남양유업 최대주주였던 홍 전 회장은 오너 일가 지분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해 아예 가업을 접었다. 오너는 아니지만 GS25 포스터 속 집게손가락이 남혐 논란으로 확산한 후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은 편의점사업부장 겸직이 해제됐다.

유통기업의 위기 대응 방식이 이처럼 오너가 퇴진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이유는 소비자 행동이 집단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온라인 기반으로 소통 채널이 늘면서 소비자가 기업의 문제에 기민하게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특히 소비자 접점이 넓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유통기업의 경우 소비자 반응에 더욱 민감하다.

업계 관계자는 "논란에 대한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도 전에 소비자 목소리가 시장에 반영된다"며 "이미지 손상이 매출이나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웬만한 대응으로는 회복도 어려우니 기업에선 경영진 퇴진 같은 확실한 카드를 내밀게 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소비권력으로 부상한 MZ세대(밀레니엄세대+Z세대·1980~2000년대 출생)의 성향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되기도 한다. MZ세대가 투명성·공정성을 기업 평가의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만큼 윤리경영은 더 이상 부가적 기능이 아니라 기업의 존망을 결정하는 필수 요소가 됐다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ESG, 특히 윤리경영이 강조되는 건 반짝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경영 트렌드"라며 "지속경영을 위해 반드시 완수해야 할 요소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오너 떠난 기업들, 지배구조 개선 나선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4일 강정구(왼쪽) 프로덕트 부문장과 한문일(오른쪽) 성장전략본부장을 신임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무신사 제공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4일 강정구(왼쪽) 프로덕트 부문장과 한문일(오른쪽) 성장전략본부장을 신임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무신사 제공

경영진 퇴진을 단행한 기업들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폐쇄적 조직문화를 개편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한앤컴퍼니로 주인이 바뀐 남양유업은 이사회 감독 기능과 집행부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집행임원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를 수행할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무신사는 강정구 프로덕트부문장과 한문일 성장전략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해 2인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공동대표가 적절히 역할 균형을 이루면 오너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아워홈 신임 대표로 선임된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는 실적 개선과 함께 훼손된 기업 이미지를 쇄신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업계 관계자는 "논란이 터졌을 때 오너가 사과하는 식의 땜질식 대처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구조적 개편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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