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 SNS서 기본소득 옹호
"기본소득이 진보적 어젠다? 현실과 거리 있어"
"재분배 시 행정 낭비 피할 수 있어 보수파도 지지"
이재명 경기지사와 야권 정치인들이 기본소득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가운데, 경제 석학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기본소득은 보수 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맨큐도 선호하는 제도"라고 밝혔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과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등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야권 인사들이 잇따라 기본소득이 진보적 포퓰리즘이라며 이 지사를 비판하는 데 대한 반박이다.
이 교수는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기본소득 제도를 지지하는 보수성향 경제학자도 많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기본소득이) 진보 진영의 대표적 어젠다라고 보는 건 현실과 조금 거리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글은 8일 이 교수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올라왔다.
그는 대표적 미국의 보수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가 기본소득에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본소득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보수의 아이콘인 고(故) 밀턴 프리드먼 미 시카고대 교수라고 했다.
이 교수는 "흥미로운 건 (맨큐가) 우리 사회에서 열띤 토론의 대상이 된 기본소득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라며 "이왕 재분배를 하려면 그 제도를 활용하는 게 훨씬 낫다는 게 그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수파들은 이 제도가 행정적으로 단순하기 때문에 현재의 재분배 정책과 관련된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금액을 지불해 도움을 줄 대상을 선정하고 실제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낭비를 피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유한 사람이라 해서 기본소득에 유리하지 않아"
이 교수는 맨큐가 든 예시를 소개하며 기본소득이 부자에게도 지급 돼 재원 낭비란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맨큐가 든 예시는 두 개의 재분배 정책으로, 가난한 사람을 골라 지급하고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A, 소득에 상관 없이 모든 사람에게 지급하는 걸 B로 규정했다. A는 선별적 지원이고, B는 보편적 지급 방식인 기본소득 정책이다.
A안의 예산은 연간 소득 6만 달러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20%의 세율로 부과한 조세 수입으로 충당하고, B는 모든 소득에 대해 20%의 세율로 부과한 조세 수입으로 충당한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엄밀하게 따져 보면 두 제도는 실질적 차이가 없다"며 "개인별로 정부로부터 받은 돈에서 정부에 내는 돈(세금)을 뺀 금액을 계산하면 그 사람의 소득이 어느 수준이든 똑같아진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슈퍼리치의 경우 B 정책으로는 연간 1만2,000 달러의 보조금을 받지만 그만큼 바로 세금을 내기 때문에 A 정책과 차이가 없다"며 "부유한 사람이라고 해서 B 정책이 더 유리할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선별 지급 차이 없다는 걸 모르는 사람 많아"
이 교수는 "맨큐는 'A와 B가 실질적으로 똑같은 정책인데 많은 사람이 잘 모른 채 기본소득을 반대한다'고 주장한다"며 "두 정책이 똑같다는 점을 인식하면 행정적으로 훨씬 단순한 B를 더욱 선호한다는 게 맨큐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대책인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느냐 선별적으로 지급하냐를 두고 논란이 있는 걸 볼 수 있다"며 "맨큐의 논리에 따르면 두 방식의 차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크지 않고, 부자의 경우 지원금을 받은 만큼 세금의 부담을 더 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