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항한 해외 국적 선박 선원 등
3월부터 100여건 서비스 이용
카톡으로 선박명·위치 남기면
음식부터 급한 서류까지 '척척'
배송물품 무게 4배로 확대 추진
지난 7일 낮 12시 부산항 남외항 부두. ‘부~웅 부~웅’ 힘찬 프로펠러 회전 소리와 함께 드론 한 대가 하늘로 솟구쳤다. 아이스박스 하나를 단 채 일정 고도로 떠오른 드론은 이내 부산 앞바다로 휙 날아갔다. 목적지는 외항에 닻을 내리고 있는 선박. 시야에서 사라졌던 드론은 4, 5분 뒤 이륙했던 곳으로 되돌아왔다. 선박 선원들이 주문한 햄버거 15개를 식기 전에, 무사히 배달하고 복귀한 것이다. 드론 배송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는 미얀마 출신 항해사 진민툰씨는 “전 세계 여러 항구를 가봤지만, 이렇게 편리한 드론 배송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라고 엄지를 세웠다.
호주, 스위스, 싱가포르에서 드론을 이용한 배송 서비스가 속속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의 ‘드론 배송 시대’ 신호탄이 부산항에서 올랐다. 시험 배송이 아닌 상업 배송으로는 처음이다. 드론 배송업체 관계자는 “과거 수십만 원이 드는 소형 운반선 역할을 드론이 맡기 시작한 것”이라며 “드론 배송 이용 선박, 선원이 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 크루즈 선박 등이 '묘박지'에 머물 경우 여객선 승객이나 승무원들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묘박지는 기름이나 생필품 보급을 위해 입항하는 선박들이 항만에 접안하면 발생하는 계류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항만 인근 바다에 정박하는 곳이다. 일종의 선박 ‘임시 주차장’이다. 이곳에 있는 동안 선원들은 하선하지 못하고 배에서 대부분 머무는데, 그때 먹고 싶은 음식이나 필요한 물품 공급에 드론이 투입된 것이다. 남외항 묘박지에는 연간 5,000여 척의 선박이 거쳐간다.
드론은 현재 부산항 남외항을 중심으로 최대 5㎏의 물건을 반경 3㎞ 거리까지 배송할 수 있다. 배송에 걸리는 시간은 짧으면 1분, 길어도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일반 가정집에서 시켜 먹듯이 치킨, 피자, 맛집 음식 등을 드론 이착륙장으로 배달 시키면 드론 배송업체가 드론 상자에 옮겨 담아 최종 전달하는 식이다. 드론 배송 비용은 건당 3만 원(현재 할인가 1만 원)이다. 업체 관계자는 "작은 배로 실어나르기 힘든 음식을 고객이 따끈한 상태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 신청은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채널로 선박명, 선박의 GPS 위치, 희망 배달 시간, 연락처, 주문 내용 등을 남기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비스는 안정 궤도에 올랐다. 부산항에서 드론을 이용한 배송은 지금까지 약 100건 정도 이뤄졌다. 배송은 스타트업(해양드론기술)이 수행하고 있으며, 묘박지에 있는 해외 국적 선박의 선원이 주 고객이다. 지난 2월 국토교통부 부산지방항공청으로부터 정식 사업허가를 얻어 3월 14일 관세청과 협의를 마치고 본격적인 드론 배송을 시작했다.
드론이 실어 나르는 것은 주전부리 등의 음식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 의류, 약품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업체 관계자는 “외국 선원들은 가족에게 줄 선물로 한국에서 유명한 스마트폰, 약품, 의류, 기념품 등을 드론을 통해 구입한다”며 “급한 서류나 선박용품 등을 전달하는 데에도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드론이 배달할 수 있는 물품의 종류는 더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체는 이륙 중량을 네 배(20㎏)로 키우고 체공 시간을 늘린 드론을 개발,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조형래 한국해양대 전자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드론 해양 배송은 육상 배송에 앞선 단계로 국내 첫 시도”라며 “미래 드론 기술의 확장성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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