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췌장암 판정…최근 급격히 병세 악화
멀티플레이어 활약한 2002 월드컵 영웅?
폴란드전 쐐기골로 ‘월드컵 첫 승’ 견인
‘2002 한일월드컵의 영웅’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꼭 그라운드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팬들에게 다짐했던 유 전 감독이지만 끝내 병마를 이겨내진 못했다. 향년 50세.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유 전 감독은 7일 오후 7시쯤 서울 아산병원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협회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유 전 감독의 영면 소식을 전하며 “당신과 함께한 그날의 함성과 영광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유상철 1971-2021’이라는 문구와 함께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당시의 유 전 감독 모습이 담긴 흑백 사진도 올렸다. 협회는 유족과 상의해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치를지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앞서 유 전 감독은 2019년 11월 췌장암 판정을 받았다. 황달 증세가 심해져 병원에 입원했는데 췌장암 4기였다. 당시 유 전 감독은 인천 구단을 통해 담담히 자신의 상태를 전하면서 투병 의지를 다졌다. 그는 “받아들이기 힘든 진단이었지만 받아들여야만 했다”며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으로 병마와 싸워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
췌장암 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유 전 감독은 강등 위기에 빠졌던 인천을 위해 시즌 마지막까지 벤치를 지켰다. 그의 지휘 아래 다시 한번 뭉친 인천은 최종 순위 10위(7승 13무 18패·승점34)로 1부 잔류에 성공했다. 인천은 당초 다음 시즌에도 유 전 감독을 유임시킬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 전 감독이 “투병 생활로 팀에 피해를 주기를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했고 구단도 사의를 받아들였다.
유 전 감독은 사령탑에서 물러나 명예감독이 된 이후에도 종종 인천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했다. 항암치료에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면서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에 출연해 건강한 모습을 보이며 팬들에게 희망을 주기도 했다. 자신의 뒤를 이은 임완섭 감독이 2020시즌 9경기 연속 무승(2무 7패)에 빠져 스스로 물러난 뒤에는 사령탑 복귀가 타진될 정도였다.
하지만 유 전 감독은 올해 초 암세포가 다시 전이되면서 급격히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병원에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던 유 전 감독은 끝내 암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고 결국 눈을 감았다.
유 전 감독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멀티 플레이어로 꼽힌다.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까지 모든 역할을 해냈다. 1998년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할 정도의 공격력을 과시하면서도 미드필더와 수비수로도 활약했다.
특히 유 전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에서 히딩크호의 주축이었다. 2002년 6월 4일 부산에서 열린 조별리그 1차전 폴란드와의 경기에선 후반 8분 시원한 슈팅으로 폴란드의 골망을 흔들며 한국의 월드컵 첫 승을 견인했다. 환하게 웃으며 세리머니를 하는 유상철의 모습은 지금도 국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유 전 감독의 A매치 공식 기록은 122경기 출전 18골이다. 울산 현대에서 시작해 울산에서 12년 프로 생활을 마친 그는 요코하마F. 마리노스, 가시와 레이솔(이상 일본) 등 J리그에서도 활약했다. 일본 풋볼채널이 선정한 요코하마 마리노스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유 전 감독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층 30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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