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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 무성…美·中 18번의 워게임서 미군 전패

입력
2021.06.07 16:00
수정
2021.06.07 17:1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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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제 현안과 외교안보 이슈를 조명합니다. 옮겨 적기 보다는 관점을 가지고 바라본 세계를 전합니다.

미국 상원의원들이 6일 코로나19 백신을 가지고 대만 쑹산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이들의 방문은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타이베이 EPA/CNA=연합뉴스

미국 상원의원들이 6일 코로나19 백신을 가지고 대만 쑹산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이들의 방문은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타이베이 EPA/CNA=연합뉴스

지금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대만해협이다. 중국 전투기와 정찰기는 무시로 해협을 비행하고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다. 작년에만 380차례 침범해 하루 한 번을 넘었다. 중국 군함들은 무력 시위를 벌이며 평화선인 중간선을 넘어 위협한다. 최근엔 상륙작전을 위한 강습상륙함까지 전개됐다. 아직 한 발의 총성도 울리지 않았지만 대만해협에서 도발과 긴장은 일상이 되어 있다.

경계가 애매한 비군사 작전은 이미 대만에 상륙했다. 지난 1분기에만 200만 번 이상 발생한 사이버공격은 대부분 중국발로 알려졌다. 전쟁과 평화의 중간 지대에서 전략적 공간을 마련하려는 중국의 회색지대(그레이 존) 전략이다.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나선 대만을 방해하는 것도 같은 차원이다. 하지만 이번엔 대만 연합세력이 중국을 왕따시키는 양상이다. 중국산 백신을 거부하며 선진 백신을 계약하려는 대만을 중국이 막아 서자, 미국과 일본이 나서 대만에 다량의 백신 지원을 자처한 것이다. 대만 수교국이 많은 중남미에서는 중국이 단교를 조건으로 자국 백신 지원을 제안하고 대중견제 안보협의체 쿼드가 선진 백신 공급으로 수교국 가로채기를 막는 백신 외교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만해협의 긴장과 어지러울 정도로 쏟아지는 그럴듯한 시나리오들, 주변국 입씨름까지 더해지면 당장 양안(兩岸)이 충돌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대만해협이 이처럼 위태로운 이유는 무엇보다 미중 패권이 이곳에서 정면으로 부딪히기 때문이다. 중국, 특히 홍콩 사태에서 드러난 시진핑 주석의 강경책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이 많다. 아시아에서 현상변경을 추구하는 중국의 공세적 대응이 미국의 군사작전을 불러오고, 이에 중국이 맞대응하는 안보적 딜레마가 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내부적으론 들끓는 민족주의, 공산당의 체제 안정, 시 주석의 유산 만들기가 맞물려 있는 점도 있다. 때문에 시 주석 재임 중에 대만을 회복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적지 않다.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는 대만 통일의 희망이 없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런 주장의 한쪽에는 군사력에 대한 자신감 회복이 자리한다. 1995년 3차 대만해협 위기 당시 3배의 미국 무력 앞에 물러섰던 중국은 많은 부분에서 미국 우위를 상쇄했다. 미 랜드연구소는 2020년 군사적으로 미국이 대만을 더는 보호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2009년에 내놨다. 실제로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한 18번의 워게임에서 미군은 모두 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에 대한 의지와 수단을 갖춘 중국 입장에서 대만 통일은 시간의 문제일 수 있고, 미국의 영향력 쇠퇴는 시 주석의 모험주의에 자신감을 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할 것인가, 양안 충돌은 정말 임박한 것일까. 미군 최고 중국통으로 꼽히던 필 데이비드슨 인도태평양사령관은 퇴임 직전인 3월 상원 청문회에서 “6년 안에 중국의 대만 침공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7년은 중국 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을 맞는 시기다. 그는 “분명한 중국의 야심 중 하나가 대만이며, 향후 6년 내에 위험은 명백하다”고 했다. 미군 내에선 예상보다 충돌이 임박해 있다는 시각이 많다. 군 출신으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맥 매스터도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전국인민대표회를 마친 2022년 이후 가장 위험한 시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이 중국을 다시 하나로 만들 절호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중국 조치는 심리전에 불과하고 오히려 중국군에 대한 과대평가는 과잉대응을 부를 것이라고 우려한다. 중앙정보국(CIA)에서 35년간 동아시아 문제를 다룬 존 컬버는 "최근 중국 조치들은 대만이 아니라 중국 내 문제와, 미국 일본 호주에 대응하는 것”이라며 충돌이 임박했다는 전망을 부정했다. 그는 특히 “시 주석은 건국 100주년인 2049년 중국몽 실현을 위한 ‘통일’을 언급했다”면서 “구체적 통일 정책은 2030~2035년에 가동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중국의 최근 군사행위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며, 외교적 협박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중국이 도발하기 어려운 이유로, 승리를 장담키 어렵고 42년간 전쟁경험이 전무한 데다 미군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같은 맥락에서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도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침범은 외국 군함 활동, 미국의 대만 감싸기에 대응하는 차원이라며, 전쟁의 전주곡이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비록 임박하지 않았을지라도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최근 미중 충돌을 다룬 소설 ‘2034’를 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령관은 미국이 중국의 대만 공격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군사적 능력이 구비되는 10년쯤 뒤 대만을 공격할 수 있으며, 미군의 대응은 제한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오리아나 마스트로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도 “임박하지 않았을지라도 중국의 대만 침범 가능성을 심각하게 다뤄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최근호(7·8월호)에서 “중국이 무력통일을 검토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신호들이 있다”면서 시 주석이 무력통일을 자신하는 군부 조언자들에 포위돼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더 우려스런 사실은 양안의 긴장이 올라가는 이유가 미국에서도 발견되는 점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1일자 커버스토리에서 긴장의 파고가 높아진 한 원인을 미국의 전략 수정으로 지목했다. 미국은 대만 방어에 대해 애매하게 언급하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식으로 그간 해협의 안정을 지켜왔다. 하지만 중국에 분명한 경고를 보내는 차원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조차 억지력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 모호성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중국은 그럴 경우 대만의 독립세력이 힘을 얻게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이런 미국 정치가 대만을 부추겨 위기를 초래할 위험이 큰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명시적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유지한다는 입장도 확인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1979년 단교 뒤 공식 접촉을 하지 않던 대만에 대해 특사파견, 해안경비 협력협정, 교류확대 등 전에 없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동시에 대만 출신 인사를 사상 처음 국방부 차관에 임명하고 B-52 전략폭격기의 괌 재배치, 구축함의 대만해협 항행을 강행했다. 트럼프 정부에 이어 바이든 정부도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을 피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낳는 이유다.

현재로선 미국의 대만 우호 조치에 중국이 군사적 반발로 대만을 자극하고 다시 미국과 중국이 연쇄 맞대응하는 것이 대만해협의 뉴노멀이 된 셈이다. 이렇게 보면 대만해협의 위험은 양안이 아니라 미중이 직접 충돌하는 게 오히려 가능성 있고 우려되는 시나리오일 수 있다.

이태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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