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급사들 "불인정 사유 명확히 밝혀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 형 김정남 암살 사건을 다룬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 ‘암살자들’(2020)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예술영화 불인정 결정을 받았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예술영화 인정을 못 받으면 극장 상영이 어려워진다.
7일 ‘암살자들’의 국내 수입배급사 더쿱과 왓챠, 투자사 KTH는 보도자료를 내고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예술영화 불인정’에 대한 명확한 심사기준 및 불인정 사유의 고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더쿱 등은 ‘암살자들’을 영진위 예술영화 인정 심사에 제출했으나 지난달 17일 불인정 통보를 받았다. 더 쿱 등은 지난 1일 재심사 신청을 내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암살자들’은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을 들여다본다. 암살에 연루된 두 여인 시티 아이샤, 도안 티 흐엉의 관점에서 사건을 재구성했다. 유튜브 몰래 카메라 촬영이라 생각했다가 속은 사실을 나중에 인지하게 된 두 여인의 증언, 암살이 불러온 파장과 북한의 역학 관계 등을 다룬다. 미국 다큐멘터리 제작자 겸 감독인 라이언 화이트 작품이다. 화이트 감독은 2014년 북미 최대 독립영화 축제인 제34회 선댄스영화제에서 ‘더 케이스 어게인스트 8’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암살자들’의 예술영화 불인정은 의외다. 영진위의 예술영화 인정 문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223편이 예술영화 인정 심사 신청을 내 147편이 인정을 받았다. 인정 비율은 65.9%다. 2019년 인정 비율은 77.1%였다. ‘암살자들’은 지난해 제36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상영돼 화제를 모았다. 다큐멘터리는 비상업적 장르라 예술영화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암살자들’의 불인정은 예상 밖이다. 더쿱 등은 “전 세계적으로 다큐멘터리 장르 자체는 독립예술영화의 대표 장르”라며 “이 작품 역시 그에 부합되는 예술적 성취를 세계 유수 영화제 초청 등으로 이미 검증받았다”고 주장했다.
다큐멘터리영화의 경우 예술영화 불인정을 받으면 판로가 닫힌다. 일반 상영관은 다큐멘터리영화를 거의 상영하지 않는다. 예술영화관은 예술영화 인정을 받은 영화만을 상영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영진위 인정을 받은 예술영화를 일정 횟수 상영해야 영진위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암살자들’은 예술영화 불인정으로 기댈 언덕인 예술영화관에서 상영 기회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암살자들’의 한 관계자는 “예술영화로 인정될 것으로 여기고 수입과 개봉 등 관련 업무를 진행해 왔다”며 “원래 이달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불인정 여파로 다음달로 개봉을 일단 미뤄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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