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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으로 잔여백신 예약 받은 뒤 전화 더 많이 오고 업무 복잡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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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으로 잔여백신 예약 받은 뒤 전화 더 많이 오고 업무 복잡해졌어요"

입력
2021.06.12 16:00
수정
2021.06.13 11:24
0 0

잔여 백신 예약 방침 잦은 변경에 현장 인력 호소
문의 전화 크게 늘어 의료기관 업무 지장
애플리케이션 당일 예약 서비스는 오류 이어져
의협 "앱으로 일원화 전에 시스템 보완해야"

10일 오전 서울 성동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 위탁 의료기관이 백신 접종자 및 내원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서울 성동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 위탁 의료기관이 백신 접종자 및 내원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하루 종일 걸려오는 백신 접종 문의 전화 때문에 업무가 만만치 않네요."

9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의탁 의료기관인 서울 광진구 A의원은 백신을 맞으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루에 약 100건 정도 접종이 이뤄진다는 이곳은 직원들이 백신 놓으랴 걸려오는 전화 받으랴 정신 없는 모습이었다.

경기 성남시 B의원은 애플리케이션(앱) 예약서비스가 도입된 후 문의 전화가 크게 늘었다고 호소했다. 스마트 기기 사용에 익숙한 젊은층조차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병원에 전화로 물어온다는 것.

B의원 관계자는 "(저를 포함한 간호사 두 사람이) 한 시간에 10명 정도 접종이 이뤄지는데 중간중간 전화도 받아야 한다"며 "방역 당국의 백신 접종 방침이 계속 바뀌어서 일하는 우리도 헷갈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네이버와 카카오 앱을 이용해 희망자가 잔여 백신이 있는 의료기관을 실시간으로 찾아 백신을 맞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4일부터는 전화 예약이 아닌 앱을 활용한 방식을 중심으로 운영해 왔다.

특히 기존 60세 미만 접종 희망자들을 모아 만들어 둔 접종자 예비 명단은 당초 9일까지 유예 기간을 둔 뒤 10일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예비명단의 예약자 중 백신을 맞지 못한 이들이 남아있다는 현장 의료기관의 요청에 따라 유예 기간을 12일까지 연장했다.

그러는 사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7일 공식 홈페이지 입장문을 통해 백신 접종 현장 인력의 어려운 점을 전했다.

의협은 "앱을 통한 예약 방식은 오후 4, 5시 즈음 앱에 신청된 사람에게만 결과 통보가 이뤄져 통보를 받지 않은 환자들은 예약 확인을 위해서 의료 기관으로 전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전화 폭주 등 의료 기관의 행정 업무가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애플리케이션 당일 예약 서비스 오류 계속돼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의료 기관의 잔여 백신이 없음을 보여주는 휴대전화 화면. 연합뉴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의료 기관의 잔여 백신이 없음을 보여주는 휴대전화 화면. 연합뉴스

현장 의료 기관에 전화 문의가 끊이지 않는데는 앱을 통한 예약 시스템이 안정화되지 않은 탓도 크다.

40대 직장인 C씨는 재택 근무 중이던 9일 오후 1시부터 카카오톡 앱에 접속해 새로 고침을 '광클'했다. 오후 4시 30분이 되자 집 근처 D병원에 '잔여 백신 7개'가 떴다. 그런데 재빨리 예약 버튼을 누르니 '오후 4시까지 병원에 와서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안내가 나왔다.

오후 4시 30분에 예약을 하려는데 오후 4시까지 오라니. 시간을 거슬러 갈 수도 없는 노릇에 박씨는 확인을 위해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병원은 계속 통화 중이었다. 박씨는 "손가락은 계속 휴대전화 전화 걸기 버튼과 앱의 새로 고침 버튼을 번갈아 누르느라 정신없었다"고 했다.

어렵게 통화가 된 병원 간호사는 "지금 여러 분이 계속 전화를 거세요"라며 "저희는 분명히 오후 4시로 설정한 게 아닌데 시스템이 이상한가 봐요"라고 전했다.

결국 '새로 고침'과 작은 전쟁을 벌이는 수밖에. 그런데 잠시 후 업무 전화가 걸려왔고, 그사이 잔여 백신 7개는 모두 사라졌다.

심지어 앱을 통해서 예약이 됐다는 확인 메시지까지 받은 실제 병원에 방문하니 백신이 없다는 사례도 있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E씨는 '잔여 백신 예약 전쟁'에 참전해 예약에 성공했다. 사무실 동료에게 양해를 구한 뒤 급히 택시를 타고 병원에 방문했지만 잔여 백신 접종이 끝났다는 말에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E씨는 해당 병원으로부터 추가 연락을 받고 다음 달에 다시 병원에 가서 백신 접종을 마쳤다.

일주일 새 잔여 백신 관련 방침 수차례 바뀌어

네이버와 카카오 앱을 이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잔여 백신 조회와 예약이 가능해진 지난달 27일 오후 세종시의 한 종합병원에서 관계자가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네이버와 카카오 앱을 이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잔여 백신 조회와 예약이 가능해진 지난달 27일 오후 세종시의 한 종합병원에서 관계자가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게다가 일주일 새 정부 지침이 계속 바뀌면서 혼선이 가중됐다. 정부 지침에 대한 해석도 백신 접종을 하는 의료기관마다 제각각이었다.

B의원은 잔여 백신을 맞으려는 60세 이상이 병원을 찾아오면 비록 앱을 통해 실시간 예약한 60세 미만 사람보다 먼저 맞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신 60세 미만 예약자는 다른 날로 접종을 안내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60세 이상에게 양보하도록 유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서울 광진구 E의원은 60세 이상이 병원에 방문하더라도 앱을 통한 60세 미만 예약자가 있으면 예약자가 우선권을 지니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60세 이상은 잔여 백신을 바로 접종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정부의 60세 이상 우선 접종 방침을 다르게 받아들인 것이다.

앞서 60세 이상 연령층의 사전 예약 기간이 끝나면서 정부는 잔여 백신을 60세 이상부터 접종하도록 하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일부 의료기관은 잔여 백신 예약자 중 60대 이상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B의원 관계자는 "60세 이상의 80%가 이미 연령대별로 사전 예약을 하고 접종 날짜와 시간까지 정해져 있다"며 "나머지 20%는 사실상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선택을 했던 터라 잔여 백신을 맞으려는 분들이 많지 않아 백신이 남을까봐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광진구 F의원 관계자 역시 "현재까지 60세 이상은 연령별 예약 기간에 예약한 날짜를 바꿀 수 있는지 묻는 분들이 전부"라면서 "60세 이상이 직접 찾아오거나 연락할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의협 "백신 접종 예약 방식 보완해야"

11일 전남 목포 대불산단 부두에서 시행된 '도서 지역 주민 백신 접종 대비 모의훈련'에서 한산도함에 도착한 주민 역할의 해군 장병이 군의관으로부터 예진을 받고 있다. 해군 제공·연합뉴스

11일 전남 목포 대불산단 부두에서 시행된 '도서 지역 주민 백신 접종 대비 모의훈련'에서 한산도함에 도착한 주민 역할의 해군 장병이 군의관으로부터 예진을 받고 있다. 해군 제공·연합뉴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방역 당국과 현장 병·의원 사이에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감안해 병·의원들에 공문을 통해 접종 관련 변동 사항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협 관계자는 "사전예약을 앱을 통해서만 하는 방식으로 바꾸면서도 시범 운영을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면서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고 시스템이 안정화될 때까지는 기존 방식을 병행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정부와 협의체를 꾸려 접수된 민원을 반영해 대안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장윤서 인턴기자
홍승주 인턴기자
박상준 이슈365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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