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10~12일 '아리랑, 끝나지 않은 노래' 초연
"12월만 되면 연주되는 베토벤 교향곡 9번('합창')처럼, 한국 하면 떠오르는 국악 레퍼토리(곡목)를 만들고 싶어요. 아리랑은 그 첫걸음이죠."(이용탁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예술감독)
민족의 음악 아리랑이 '합창 교향곡'으로 태어난다. 서양의 교향곡 형태로, 그것도 합창을 더해 만든 국악은 처음이다. 국악의 세계화에 발맞춰 우리 민요, 판소리와 국악기가 서양의 음악과 만나 하모니를 이룰 예정이다.
7일 국립국악원에 따르면 국악원 창작악단은 10~12일 서울 서초동 국악원 예악당에서 100번째 정기연주회를 개최하고 '아리랑, 끝나지 않은 노래'를 초연한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 감독의 첫 정기공연이다. 공연되는 작품은 아리랑을 주제로 만든 창작곡인데, 올해 개원 70주년을 맞은 국악원을 기념해 70분 길이로 서순정 작곡가가 지었다. 이 감독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 땅의 희로애락을 표현한 노래"라고 설명했다.
전체 4악장 구조인 '아리랑, 끝나지 않은 노래'는 악장별 주제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서곡인 1악장('멀리서 들려오는 까치 소리')은 민족의 기개를 묘사한 관현악곡이다. 2악장('우리의 슬픔을 아는 건 우리뿐')에서는 각 지역 아리랑에 담긴 한(恨)을 민요와 판소리 소리꾼, 소프라노와 테너가 4중창으로 부른다. 전통과 벨칸토 창법이 어우러지는 무대다. 3악장('철조망 팻말 위에 산뜻한 햇살')으로 오면 한반도를 휩쓸었던 전쟁의 시련이 표출되고, 4악장('함께 부르는 노래') 들어 대합창을 통해 화합과 평화를 노래하는 식이다.
특히 2악장과 3악장 사이 인터메조(간주곡)에는 발레도 등장한다. 2악장 노래 선율에 맞춰 남녀 발레 무용수 2명이 아리랑을 몸짓으로 시각화한다. 전통음악이 정적이고 무겁다는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특별히 기획됐다. 공연 전반에 걸쳐 영상 콘텐츠와 조명을 적극 활용한 연출을 사용함으로써 지루함을 덜어낸 것도 특징이다.
복합 장르인 만큼 악기 편성도 '동서남북'으로 다양하다. 전통 국악기에 북한의 대피리 등이 더해져 통일의 염원을 연주한다. 여기에 호른과 트럼펫, 트럼본 등 서양 금관악기와 현악기 첼로, 더블베이스 및 타악기 팀파니가 투입돼 입체감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전체 연주자 수만 70명에 이른다. 합창단원까지 더하면 120명에 달하는 대편성 곡이다.
이번에 공연되는 '합창 교향곡' 아리랑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 이 감독은 "국악 공연 대다수가 지속적으로 연주되지 못해 관객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사례가 많았다"며 "3·1절이나 광복절 등 행사에서 주기적으로 이번 창작곡을 공연함으로써 제대로 정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는 종묘제례악을 교향곡으로 제작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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