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없는 스타트업 주식 사고파는 서울거래소 비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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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 없는 스타트업 주식 사고파는 서울거래소 비상장

입력
2021.06.08 04:30
수정
2021.06.0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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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PSX 공동대표 "누구나 안심하고 간편하게 비상장 주식 사고파는 거래소 만들 것"

카카오뱅크 9만7,000원, 크래프톤 53만6,700원, 야놀자 10만4,000원, 빗썸코리아 30만 원.

증시에서 거래되지 않는 신생기업(스타트업)들의 7일 현재 주가다.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이 주식들은 어디서 거래되며 어떻게 가격이 정해질까.

답은 '서울거래소 비상장'이다. 서울거래소 비상장은 스타트업 PSX에서 운영하는 비상장 주식을 사고파는 증권거래 플랫폼이다. 아직 증시에 상장되지 않았지만 유망한 스타트업들의 주식이 거래되며 요즘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덕분에 PSX는 이달 초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아기 유니콘'으로 선정됐다. 아기 유니콘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골라 기업가치 1조 원의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하는 정부 사업이다.

김세영 PSX 대표가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위치한 사무실 앞에서 개인이 스타트업 등 비상장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서울거래소 비상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안전계좌로 사기 행위 방지

과거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 등 비상장 기업들의 주식은 돈 많은 자산가들이나 기업끼리 직접 거래했다. 일반인들은 유망한 기업의 주식을 사고 싶어도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김세영 PSX 공동대표는 이를 해결하고자 2019년 7월에 서울거래소 비상장을 개발했고 지난해 말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PSX는 판교스톡 익스체인지의 약자다. 스타트업이 많은 판교에서 이름을 땄다. “예전에는 인터넷 동호회 게시판에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연락처와 원하는 액수를 올리면 사려는 사람들이 이를 보고 연락했어요. 또는 음성적인 중개상이 연결을 해줘요. 그 와중에 돈이 사라지는 사기사건도 곧잘 일어났죠.”

서울거래소 비상장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성이다. 이곳에서 비상장 주식을 거래하려면 ‘안전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안전계좌는 사기 행위를 막는 일종의 안전 금고죠. 주식 거래가 합의되면 PSX에서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실제 주식과 현금 보유 여부를 확인하고 문제없으면 안전계좌에 돈과 주식을 각각 보내요. 확인에 걸리는 시간은 1분 미만이에요.”

따라서 비상장 주식을 가진 사람과 사려는 사람은 반드시 신한금융투자에 계좌를 개설한 뒤 이를 안전계좌와 연동해야 한다. 김 대표는 일부 증권사 계좌도 연동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다. “하반기에 2개 증권사 계좌를 더 연동할 수 있어요.”

대화창으로 흥정하는 1 대 1 매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컴퓨터(PC)로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스마트폰에서 앱을 내려받아 설치한 뒤 안전계좌를 개설하면 된다.

거래 종목은 검색으로 찾거나 ‘팝니다’와 ‘삽니다’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식을 팔고 싶으면 ‘팝니다’ 게시판에 물량과 희망 가격을 써놓으면 돼요. 희망 판매 가격은 개인이 정하지만 PSX에서 최근 거래 건수의 가격 평균을 기준가로 제시해요. 사려는 사람은 이를 보고 매수 신청을 하거나 반대로 사고 싶은 종목과 희망 가격을 ‘삽니다’ 게시판에 올려도 돼요.”

재미있는 것은 가격 결정 방식이다. 서울거래소 비상장에서는 흥정과 거래가 대화창을 통해 이뤄진다. “증시에서는 매도인과 매수인의 팔고 사려는 주문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지만 서울거래소 비상장에서는 직접 흥정해요. 시장의 가격 조정 기능을 대화창이 대신하는 셈이죠.”

수많은 매도인과 매수인이 매매 경쟁을 벌이는 증시와 달리 서울거래소 비상장은 1 대 1 거래를 한다. 가격 흥정이 가능한 주식은 ‘협의 가능’ 표시가 붙어 있고 그렇지 않으면 ‘협의 불가’라고 표시돼 있다. 협의 불가 주식은 팔려는 사람이 원하는 가격에만 판다.

PSX의 '서울거래소 비상장' 사이트에 7일 게재된 인기 비상장 기업들의 주가 시세 현황. PSX 제공


크래프톤, 한때 주당 260만 원 넘어...상위 10개사 인기

현재 서울거래소 비상장에 올라온 기업은 100개 사가 넘는다. 그중 거래가 빈번한 종목은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비바리퍼블리카, 컬리, 야놀자, 루닛 등 상위 10개사다. SK바이오사이언스처럼 거래되던 일부 기업들이 상장돼 나간 곳도 있다. “일반인들은 아는 종목 위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이름이 알려진 스타트업 주식들이 인기 있어요. 상위 10개 종목이 전체 거래량의 90%를 차지하죠. 특히 상장이 임박했다고 알려진 기업들의 주가가 높죠. 크래프톤은 한때 주당 260만 원을 넘은 적도 있어요.”

비상장 주식의 인기는 치열한 공모주 청약 경쟁과 관련 있다. “최근 일부 기업들의 공모주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싸더라도 미리 사두려는 사람들이 비상장 주식 거래에 몰리고 있죠. 공모주 청약이 가격은 싸지만 배정받기 힘들잖아요.”

이곳에 올라오는 비상장 주식들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김 대표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팝니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주식 매도 기업을 철저하게 검증한다. “벤처투자사들의 투자 현황, 자기 자본 비율 등 내부에서 정한 등록 기준으로 꼼꼼하게 확인한 후 게시를 허락합니다."

스톡옵션도 팔 수 있는 길 열려

서울거래소 비상장은 일반 투자자들뿐 아니라 스타트업 직원들과 투자자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가진 스타트업 직원들과 투자자들의 이익 실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이 매각되거나 증시 상장 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이익을 회수할 수 있어요. 아니면 중간에 대량매매(블록딜)로 팔아야 하는데 그런 기회가 흔하지 않아요. 스톡옵션도 행사 시점에 상장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죠.”

김 대표는 자본시장 활성화에도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본다. 정부에서는 자본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스타트업 투자를 많이 권장한다. 하지만 이익 실현이 힘들면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비상장 기업들의 주식 거래가 빈번하면 스타트업 투자도 덩달아 힘을 받죠.”

비통일 주권 거래 등 제도 개선 필요

그런데 비상장 주식의 거래를 활성화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비통일 주권의 온라인 거래 금지다. 증권예탁원에 예탁해 전자거래를 할 수 있도록 통일된 규격을 갖춘 주식이 통일 주권, 그렇지 못한 주식이 비통일 주권이다. 비통일 주권은 예탁 규격을 갖추지 못해 거래가 불가능하다.

안타깝게도 상당수 스타트업 주식이 비통일 주권이다. 스타트업들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굳이 통일 주권을 미리 만들어 예탁원에 주식 예탁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 상장이 임박해서 예탁한다.

비통일 주권을 사고팔려면 전자거래가 가능하도록 주식 소유권 이전을 위한 명의개서 등 별도 작업이 필요한데 보통 2주 걸린다. 그래서 많은 비상장 기업들이 번거로워 주식 거래를 하려 들지 않는다. 서울거래소 비상장에 올라오는 주식들도 기업보다 개인 주주들이 올린다. 그래서 김 대표는 개인 주주들의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건당 5만~10만 원을 받고 명의개서를 대신해주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에요.”

김 대표는 비통일 주권을 온라인에서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통일 주권 거래를 위한 샌드박스 기업에 선정됐어요. 비통일 주권 거래는 많은 사람들이 잘 몰라서 아직 공론화돼 있지 않아요. 자본시장법 개정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해요.”

김세영 PSX 대표는 '서울거래소 비상장'을 통해 스타트업의 스톡옵션이 거래되면 많은 사람들이 상장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이익을 볼 수 있어 스타트업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배우한 기자


힘든 스톡옵션 거래 경험하고 창업

원래 김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과 영문학을 이중 전공하고 우리은행에서 9년 동안 파생상품 등을 거래했다. 스타트업 이직은 친구 때문이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우리은행에서 함께 일하다가 2014년 금융기술(핀테크) 스타트업 8퍼센트를 창업한 이효진 대표예요. 그의 권유로 8퍼센트 창업 초기에 옮겼죠.”

김 대표는 8퍼센트에서 스톡옵션을 고민하다가 PSX의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스톡옵션이 좋은 제도라고 믿었는데 문제가 많았어요. 정보의 비대칭이 심해서 믿을 만한 거래 상대를 찾기 어렵고 가격도 멋대로죠. 시험 삼아 다른 사람의 스톡옵션 주식을 40만 원에 소량 구매했는데 다른 사람은 같은 시기에 30만 원에 샀어요.” 해결 방법을 찾다가 8퍼센트 초기 멤버였던 LG전자의 기술총괄(CTO) 출신 양주동 공동대표와 PSX를 창업했다.

스타트업 창업도 비상장 주식 거래만큼 힘들었다. “주어진 업무만 하는 대기업이나 은행과 달리 스타트업은 고객 응대부터 광고 전단지 돌리는 일까지 모든 것을 다해요. 길에서 전단지 돌리다가 예전 남자친구를 만나기도 했어요. 은행에서는 시키는 일만 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몰랐는데 스타트업 와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인생이 풍족해지고 더 단단한 사람이 됐어요.”

비상장주식 투자요령 “VC를 살펴라”

김 대표의 고민은 PSX의 수익 모델이다. 서울거래소 비상장은 증권사와 달리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기술 발전으로 플랫폼 운영에 큰 비용이 들지 않아요. 수수료로 거래액의 5~15%를 받는 비상장 주식 중개인도 있지만 단순 중개만으로 개인에게 수수료를 받고 싶지는 않아요.”

그는 거래가 늘면 수익 사업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 현재 서울거래소 비상장의 월 활성 이용자(MAU)는 약 18만 명이다. “거래를 늘리려면 사고 싶은 종목이 늘어야 해요. 당근마켓이나 쿠팡처럼 사고 싶은 종목을 많이 늘리는 것이 숙제예요.”

거래 확대를 위해 최근 투자사나 기업들이 비상장 주식을 팔 수 있도록 법인계좌도 만들었다. 덕분에 SBI인베스트먼트가 법인계좌를 통해 지난 4일 홍콩계 자산운용사에 약 10억 원의 빗썸코리아 주식을 블록딜로 매도했다. “내부에 자본거래 외환업무가 가능한 전문인력이 있어서 이번 블록딜이 가능했어요. 투자사들이 법인계좌를 통해 블록딜을 많이 할 것으로 봐요.”

김 대표의 목표는 “서울거래소 비상장을 진짜 거래소로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모든 금융 자산은 전자거래가 될 거예요. 여기 기여할 수 있도록 한국거래소처럼 비상장 주식 전문의 대체 거래소로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끝으로 김 대표에게 비상장 주식 투자 요령을 물었다. 그는 PSX가 정한 투자원칙을 들며 벤처투자사(VC)들을 유심히 보라고 귀띔했다. PSX의 투자 원칙은 비슷한 종목의 상장 기업 시총과 비교할 것, 소액으로 분산 투자하고 여윳돈으로 투자하라는 것이다. “믿을 만한 VC가 투자했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해요. VC들은 다양한 경로로 기업 정보를 모아요. 기업 발표를 무조건 믿지 말고 어떤 VC가 투자했는지 살펴보고 정하는 게 좋죠.”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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