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급식 사태 50일... 현장 가봤더니
지난 4월 18일, 육군 51사단 예하 여단 소속 병사의 폭로로 군내 부실 급식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지 두 달째 접어들었다. 군 당국은 6월부터 돼지·닭고기 등 병사들이 선호하는 육류를 10% 증량하고, 부대별 식재료를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게 자율운영부식비 운영범위를 확대하는 대책을 부랴부랴 내놓았다. 다음 달부터는 병사 1일 급식비를 현행 8,790원에서 1만 원으로 긴급 인상한다.
이 같은 대책 마련 이후 군 당국은 지난 3일 경기 파주시 육군 9사단 참독수리대대와 경기 고양 공군 3여단 방공포대 급식 현장을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공개했다.
병사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고기 반찬이 나오는 횟수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이날 공군 3여단 방공포대 저녁식사 메뉴는 돼지불고기 쌈과 김치, 국, 참외였다. 지난달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의원들이 육군 부대 급식을 점검할 당시 내놓은 '삼겹살이 수북한 식판'이 특식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점을 감안한 듯, 부대 관계자들은 "특식이 아닌 (국방부 대책 실시로) 육류 제공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육군 9사단 참독수리대대 대대장도 '거의 모든 메뉴에 육류가 들어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지난달에 비해 육류가 나오는 횟수가 11회 늘었다"고 했다.
자율운영 배식비가 기존 200원에서 300원으로 오르면서 활용 범위도 다양해졌다. 3여단 방공포대의 경우 파스타에 마늘빵을 추가하고, 된장찌개에 우삼겹을 넣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 병사들에 대한 처우도 개선됐다. 육군 9사단 참독수리대대 격리 병사들에겐 계란 프라이가 추가 제공됐다. 부대 관계자는 "격리된 인원이 혼자 밥을 먹으니 계란 프라이나 햄을 더 주면서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고 말했다. 참치캔이나 컵밥 등이 제공되는 날도 있다. 공군 3여단 방공포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대 관계자는 "정량 배식의 개념은 주관적인데 격리 병사의 경우 아무래도 본인이 직접 배식을 못 하다 보니 양 조절이 어려웠다"고 했다.
9사단 참독수리대대에서는 매주 병사 대표와 격리 병사들이 만나 급식 관련 회의를 하는 병영급식위원회를 운영한다. 병사들이 선호 및 비선호 메뉴에 대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부대 관계자는 "로제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병사의 말에 자율부식비를 활용해 로제떡볶이를 제공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부대 장병들의 끼니를 책임지고 있는 조리병들의 고충은 여전했다. 400여 명의 식사를 담당하는 참독수리대대 조리병 인원은 11명이지만, 이 가운데 3명은 말년 휴가를 나가 이날엔 8명이 전 부대원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었다. 식사를 준비하는 조리병은 조리용 삽을 이용해 500인분의 육류를 볶으며 땀을 뻘뻘 흘렸다.
더욱이 조리병의 업무는 '조리'에 그치지 않는다. 조리장 내 화이트보드에는 '냉장고 청소, 창고 정리, 도시락 보관 및 주변 정리, 보일러실 정리' 등 할 일들이 적혀 있었다. 조리병인 유지헌 상병이 "사람마다 먹는 양이 달라 양 조절이 힘들다"며 "만드는 사람의 컨디션이 좋아야 맛도 난다. 그래서 설거지 등을 도와주는 조리인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유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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