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관 수장 "SNS서 폭력적 담론 증가"
결정적 역할한 정당 대표 겨냥 공격 늘어
12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낸 이스라엘의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물러나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지지하는 극우세력의 시위가 잇따르고, 온라인상에서도 선동 움직임이 거세다. 이념 갈등으로 총리가 암살된 26년 전처럼 갈등 양상이 도드라지자 정보당국이 이례적으로 공개 경고까지 내놨다.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의 나다브 아르가만 국장은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폭력적이고 선동적인 담론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개인과 특정 집단에서는 이런 주장이 불법 활동을 용인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反)네타냐후를 기치로 모인 ‘무지개 연정’ 출범이 현실화한 뒤 커지고 있는 네타냐후 진영의 반발이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세계 최고의 은밀성을 자랑하는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흔치 않게 성명까지 낼 만큼 상황이 심각하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베트가 가장 걱정하는 건 차기 총리를 맡기로 한 극우정당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를 겨냥한 테러다. 야미나(7석)가 막판에 극적으로 합류, 연정에 필요한 의석 과반을 넘기면서 정권 교체가 가능해진 탓에 네타냐후 진영의 분노가 집중된 것이다. 베네트는 특히 네타냐후의 도움으로 정계에 입문한 터라 배신자로 단단히 낙인이 찍혔다.
전례도 있다. 중동평화회담을 이끈 이츠하크 라빈 전 총리는 1995년 11월 대중 연설 직후 유대인 극우파 청년이 쏜 총탄에 맞아 암살됐다. 아르가만 국장은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1995년 상황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베트는 암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베네트에게 총리급 특별경호를 제공하기로 했다.
온ㆍ오프라인에서도 새 연정을 향한 비난과 협박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연정은) 국가에 대한 반역” 등 자극적 문구가 SNS를 도배하고, 연정을 좌익으로 규정하며 색깔론을 부추기는 글도 적지 않다. 네타냐후 지지자들이 야미나 집 앞에 모여 포스터를 불태우는 등 폭력 사건도 빈발하고 있다. 현지 일간 하레츠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자 국회의사당이 침탈당한 미국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르가만 국장은 “선동적이고 폭력적 발언을 중단하라고 명확하게 요청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며 지도층이 나서 혼란을 잠재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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