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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기업' 맞나..."판교에선 주52시간 초과 근무는 예삿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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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기업' 맞나..."판교에선 주52시간 초과 근무는 예삿일"

입력
2021.06.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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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노조 "고용노동부에 진정 넣을 것"
카카오는 이미 근로기준법 위반 사실 드러나
"기업 규모는 대기업, 조직 구조는 스타트업"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모습. 배우한 기자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모습. 배우한 기자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한 정보기술(IT) 기업에 근무 중인 A씨는 최근 매주 3~4일씩 야근을 했다. 초과 근무만 40시간이 넘었다. 하지만 사내 근무 시스템에서 A씨는 주 52시간 미만의 정상 근무로 입력됐다. 야근에도 연장근무를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최고경영자(CEO)가 찍은 프로젝트라 팀원 대부분이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있다"면서도 "연장근무 기록했다가는 인사팀에서 뭐라 하니 공짜야근을 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통하는 판교 기업들의 노사 간 불협화음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네이버에서부터 카카오와 넥슨 등을 포함해 국내 IT업계 간판 기업들에서 잇따라 논란이 불거지면서 심각성은 더해지고 있다. 해당 업체 내 임직원들은 "회사 규모는 대기업이 됐지만 일하는 문화는 여전히 스타트업 수준"이라는 비판에 입을 모으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임직원들 "주 52시간 넘게 일해도 연장근무 인정 못 받아"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6일 최근 노조가 비즈·포레스트·튠 등 3개 사내독립기업 소속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0%가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52시간 초과 근무를 회피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사내 근태 관리 시스템에 근무 시간을 실제보다 적게 입력하게 하고 휴게시간은 늘려 입력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네이버 노조는 지난달 25일 직장 내 괴롭힘 등의 이유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면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된 사건과 관련해서도 자체 조사에 나선 상태다. 노조는 회사에 근무 시스템 개선 등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한편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에 특별근로감독 진정을 제출할 계획이다.

카카오 역시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 등 근로기준법을 다수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은 지난 4월 카카오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등의 6개 항목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 위반 사항은 △일부 직원 법정 상한 주 52시간 이상 근무 △임산부 시간외근무 △일부 직원에게 연장근무 시간을 기록하지 못하게 강요 △퇴직 직원에게 연장근무 수당 등의 지연 지급 등이다.

"프로젝트별 근무 형태에 고용 불안정 커져"

국내 게임업계 맏형인 넥슨의 판교 사옥 앞에선 지난 1일부터 '1인 릴레이'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기존 프로젝트가 사라져 업무 재배치를 기다리는 직원 중 1년 이상 업무에서 배제된 인력 10여 명의 임금 4분의 1이 삭감되고 회사 측으로부터 통보된 3개월 대기발령 조치에 대한 노조의 반발이다.

넥슨에선 게임을 개발할 때마다 프로젝트별로 필요한 직원들을 면접으로 뽑고, 프로젝트가 끝나거나 중단되면 '리부트'팀으로 이동시킨다. 리부트팀은 소속 조직이 없는 구성원이 가는 조직으로, 이들이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선 다시 면접을 봐서 통과해야 한다.

IT 업체 임직원들은 프로젝트별 업무 형태에 고용 불안과 업무상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고 호소한다. 인터넷·게임 서비스의 특성상 조직 내 수많은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가동되는 동시에 폐기된다. 업무의 순환 속도가 빠르고 성과도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단기적으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부조리나 부당한 근무가 이뤄지는 반면 공정한 성과 평가나 분배에 대한 임직원들의 합의된 원칙은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IT 기업에서는 여전히 특정 대학, 특정 학과를 졸업한 '끼리끼리' 문화가 남아있으며 최고경영진들은 스타트업의 'DNA'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직의 대부분인 2030 개발자들은 불합리한 조직 운영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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