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탓에?노동력·운송 등 유통 체계 전반 차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인플레이션이 세계 곡물 시장까지 덮쳤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10년래 최대 폭 상승했다.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 가격이 껑충 뛰면서 코로나19로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는 빈국 거주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3일(현지시간) 5월 식량가격지수가 2011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5월 식량가격지수는 127.1포인트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7% 급등했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로는 2011년 이후 10년 새 최대 상승폭이다. 직전월(4월) 대비로도 4.8% 올랐다.
식량가격지수가 껑충 뛴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전 세계로 감염병이 확산되면서 노동력과 운송 등 유통 체계 전반에 차질이 생기면서 쌀, 콩, 옥수수 등 매일 먹는 주요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셈이다. 친환경 에너지원 수요가 늘어나면서 바이오 디젤 원료인 식물성 기름의 수요 역시 급증했지만, 기름을 생산할 수 있는 곡물과 콩을 주로 생산하는 브라질에 가뭄이 닥쳐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오른 것도 한 몫 했다.
식량 가격 상승은 빈국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FAO에 따르면 2020년 세계 식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지만 남미(21%), 아프리카와 남아시아(12%), 오세아니아(8%)에선 더 가팔랐다. 코로나19 악재에 시달리는 빈곤 지역에 또다른 악재가 겹친 셈이다. 게다가 주요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빈곤 지역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여파는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FAO는 향후 곡물가의 하락 반전을 예상했다. FAO는 "곡물 가격 지표가 전월 대비 6% 오르긴 했으나 옥수수는 미국의 생산 전망이 상향 조정돼 5월말부터 가격이 하락했다"며 "2021년 곡물 공급 역시 작년보다 1.9% 상승할 것"이라 예측했다. 반대 목소리도 있다. 헬렌 디킨슨 영국 소매산업협회 대표는 FT 인터뷰에서 "비용 상승 요인이 아직 산재한다며 하반기에도 식품 가격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네슬레, 코카콜라와 같은 대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이미 소비자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각국에서 봉쇄 해제를 맞아 외식이 증가하는 흐름도 식품 가격 인상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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