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대할 때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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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대할 때 행복해진다

입력
2021.06.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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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선
장동선뇌과학 박사

편집자주

그 어느 때보다 몸의 건강과 마음의 힐링이 중요해진 지금, 모두가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한, 넓은 의미의 치유를 도울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자연과 과학, 기술 안에서 찾고자 합니다.


M.C. Escher, Bond of Union, 1956. ©Wikimedia Arts


어렸을 적 좋아하던 시 중에 헤르만 헤세의 '나는 하나의 별입니다'가 있다.

나는 먼 지평선 위에 홀로 떠 있는 하나의 별입니다.
나는 세상을 바라보고, 또 세상을 경시합니다.
그리고 결국은 나 자신의 열기 속에서 스스로 타버리고 맙니다.

헤르만 헤세의 '나는 하나의 별입니다'

가장 와 닿았던 문구는 홀로 멀리 떨어져 세상을 끊임없이 바라보며 또 경시한다는 부분이었다. 한편으로 사람들을 그리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미워하는 이중적인 마음, 그리고 마지막에는 나 혼자만의 그런 뜨거운 마음으로 외로이 타버리는. 우리 모두의 안에는 이러한 외로움이, 그리고 그리움과 열정이 동시에 존재하지 않을까.

행복과 관련된 최신과학 연구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사회성',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의 중요성이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도 다른 사람의 영향이 가장 크고,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도 결국은 다른 사람의 영향이 크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우리의 행복을, 웰빙을, 그리고 건강까지도 결정짓는다는 여러 연구들은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매우 이중적이다. 사람과의 관계는 좋기만 할 수도 없고, 나쁘기만 하지도 않기에 더더욱 그렇다.

관계에서 보다 행복할 수 있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에 무엇이 있을까. 무엇보다 다른 사람에게 관대해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17년에 국제 저널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박소영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관대해지겠다'는 결심, 그리고 그 결심을 다른 사람들에게 미리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더 큰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돈을 받았을 때 자기 자신을 위해 쓴 쪽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쓴 쪽이 더 행복감이 높았는데, 이는 보다 관대해지겠다고 미리 결심한 그룹에만 나타난 효과였다. 즉, 실제로 돈을 따거나 잃거나 할 수 있는 상황에서 타인이 나에게 끼친 금전적 손익의 효과보다도 내가 타인을 어떻게 대하기로 했는지 나 자신의 마음을 미리 결정하는 효과가 더 컸던 것이다. 이렇게 마음을 결정하는 순간, 뇌에서 행복을 느끼는 신경세포 간의 연결성이 변화하는 것을 실제로 관찰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는 행복을 갈구한다. 그러나 순간의 행복을 쫓다가 평생의 행복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마약 중독이 있는데, 마약은 순간적으로 뇌 안의 도파민 분비를 극대화시켜서 엄청난 쾌락을 맛보게 하지만, 그 이후 다른 방법으로는 행복을 느끼기 어렵게 된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몇 년 동안 힘들게 해독을 하면서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해야 하고, 치료가 끝나고 나서도 평생 마약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마약 없이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마약 중독처럼 심각한 케이스에서도 치료가 되고 중독을 이겨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1970년대 미국의 심리학자 브루스 알렉산더는 마약에 중독된 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 중독된 쥐들에게 다른 쥐들과 신나게 놀면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쥐 놀이동산'을 만들어 주었더니 더 이상 마약에 집착하지 않고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환경의 중요성과 함께 다른 쥐들과 건강한 관계 형성을 통해 중독을 이겨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였다.

국내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에서 30년 넘게 이러한 중독자들의 재활을 돕고 있는 정신의학자 조성남 소장에 따르면, 자기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인지하고 빠져나오려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동기부여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큰 힘을 얻는다고 한다. 실제로 마약퇴치운동본부의 슬로건은 '혼자가 아닌 함께, 마약중독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힘입니다'이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함께 연결되어 있고, 함께하는 순간 더 많은 힘을 받는다.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오직 관계와 소통 속에서만 존재한다."

장동선 뇌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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