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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노 소령 사건 때처럼… 장 중사 사건도 피해자 심리부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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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노 소령 사건 때처럼… 장 중사 사건도 피해자 심리부검 필요"

입력
2021.06.04 18: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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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피해자 유족 대리했던 강석민 변호사 인터뷰
"심리부검이 노 소령 집행유예→실형 변경에 기여"

강석민 변호사가 3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백상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강석민 변호사가 3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백상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8년 전 오 대위처럼 피해자는 숨졌지만 군 내 가해자들에게 마땅한 죗값을 물어야 합니다.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과 범행 사이의 연관성을 밝혀낼 심리부검이 다시금 필요한 시점입니다."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선임자인 장모 중사의 성추행과 상사들의 사건 은폐 시도를 비관해 숨지면서 군에 대한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2013년 발생한 '노 소령 성추행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가 이번 사건 규명에 있어 심리부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강석민 법무법인 백상 변호사는 3일 한국일보와 만나 "오 대위가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지 한참 지났는데도, 여전히 같은 유형의 사건이 되풀이된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군 판사 출신인 강 변호사는 '노 소령 사건' 피해자인 육군 여성 장교 오모 대위 측 변호인이었다. 오 대위는 직속상관인 노모 소령으로부터 10개월간 폭언과 성추행, 성희롱, 과도한 업무지시 등에 시달리다가 2013년 10월 자신의 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 변호사가 '장 중사 성추행 사건'의 명명백백한 규명을 요구하며 제안한 심리부검은 극단적 선택을 한 고인의 사망 원인을 심리적으로 파헤치는 것이다. 이는 유족 및 지인과의 면담, 일기 등 고인이 남긴 기록의 분석 등을 통해 이뤄진다.

국내에서 심리부검이 재판 절차로 처음 인정받은 건 2013년이었다. 당시 세무공무원 김모씨 유족은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이 업무상 스트레스였다면서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선 유족의 청구가 기각됐지만, 2심 재판부는 심리부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유족 손을 들어줬다.

강 변호사는 노 소령 사건 재판 과정에서 진행된 심리부검에 관여한 경험이 있다. 당시 심리부검은 법원이 아니라 시민단체에 의해 진행됐다. 노 소령이 보통군사법원에서 진행된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자, 이에 반발한 군인권센터 등이 전문가들에게 심리부검을 의뢰한 것이다.

오 대위의 일기, 카카오톡 대화 내역, 지인 면담 등을 통해 심리부검을 진행한 전문가 8명은 "노 소령의 모욕과 성추행 등은 고인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자부심과 인간적 성실함을 파괴했다"면서 "지속적으로 심해지는 노 소령의 언행은 고인에게 심리적 고통을 넘어 신체적 고통을 안기면서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가기에 충분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강 변호사 등은 항소심을 맡은 고등군사법원에 심리부검 결과를 첨부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공소사실 혐의를 기존 강제추행에서 보다 형량이 높은 강제추행치상이나 상해죄로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법원은 노 소령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대법원 역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고 형을 확정했다.

강 변호사는 당시 심리부검 결과가 노 소령의 형량을 높이는 데 큰 작용을 했다는 입장이다. 피해자는 사망했지만 생전 기록을 토대로 죽음의 원인을 밝혀낸 덕에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재판부에 요청했던 공소장 변경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심리부검 덕분에 노 소령 범행과 피해자 사망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밝혀낼 수 있었다"며 "이런 결과가 부정적 양형 요소로 참작돼 실형 선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장 중사 사건' 피해자의 죽음 역시 오 대위처럼 '사회적 사망'이라고 봤다. 강 변호사는 "오 대위도 (사망 당일)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1시간 반가량 죽기 싫다며 울부짖는 모습이 블랙박스에 담겼다"면서 "군대라는 사회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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