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 이용한 핵발전소에 1조 투자
"韓 소듐냉각고속로 상용화는 美 허가 필요"
절친 사이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차세대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지구촌 의제가 된 기후변화를 억제하고 에너지산업의 물줄기를 바꾸겠다는 의욕이 충만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게이츠는 이날 자신이 설립한 원전기업 ‘테라파워’와 버핏 소유의 전력회사 ‘퍼시피코프’가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州)의 폐쇄 석탄공장 부지에 나트륨을 이용한 핵 발전소 ‘나트리움(Natrium)’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친분이 두텁다. 게이츠는 지난해까지 버크셔의 이사로 활동했고, 버핏은 2015년 버크셔 B등급 주식 28억4,000만 달러(3조 원)를 ‘빌앤멀린다게이츠 재단’ 등에 쾌척했다.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부자 증세를 옹호하는 등 정치적 견해에서도 유사점이 많다.
차세대 원전 개발도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하다는 두 사람의 소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게이츠와 버핏이 점 찍은 와이오밍은 미 최대 석탄 생산지로 석유, 천연가스 등 다른 자원도 풍부하다. 게이츠는 “나트륨이 에너지산업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차세대 원자로는 345MWe(메가와트일렉트릭) 규모로 소듐(나트륨)냉각고속로(SFR) 방식이다. 열중성자를 이용하는 기존 경수로나 중수로와 달리 고속 중성자를 이용해 핵분열을 일으키고, 이때 발생하는 열을 끓는 점이 높은 액체 나트륨으로 냉각시켜 만들어진 증기로 전기를 생산한다. 액체나트륨은 사고 발생 시 원전 노심에서 발생하는 열을 충분히 수용 가능해, 안전성이 높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냉각수 펌프 고장에 따른 폭발 사고에서 비롯됐지만 SFR에선 이런 일이 발생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SFR는 기존 원자로에서 사용한 뒤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어 다른 원전에 비해 효율이 100배나 높다. 세계적으로 원자로 연료인 우라늄 매장량이 60년 정도 사용분밖에 남지 않았다고 추정되는데, SFR를 활용하면 이론적으론 6,000년까지 사용 가능하다. 마크 고든 와이오밍 주지사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가장 빠르고 명확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원전 건설에는 10억 달러(1조1,000억 원)가 투입되며, 정확한 부지는 연말쯤 발표된다.
게이츠는 그간 에너지산업 혁신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올해 2월 펴낸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저서에서는 “원자력이 자동차나 화석연료보다 훨씬 적은 수의 사람을 죽인다”며 탄소 배출에서 자유로운 새 원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나트리움 프로젝트는 그의 철학을 구현하는 첫 시험대인 셈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로이터는 “첨단 원자로 연료 다수는 재래식 연료보다 높은 비율로 농축돼야 하는데, 이는 핵무기를 원하는 테러단체나 무장세력들에게 매력적인 표적일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가 SFR를 상용화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적지 않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SFR는 연료로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를 전제로 하기에 우리나라에서 상용화하려면 미국 측 허가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한반도 비핵화 및 국제핵비확산체제를 강조하는 바이든 미 행정부에서 SFR 방식을 허용해 줄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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