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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마지막 독재국가' 벨라루스, 고립된 섬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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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마지막 독재국가' 벨라루스, 고립된 섬 되나

입력
2021.06.03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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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벨라루스 항공사와 고위관계자 제재
자국민 출국 금지령… 반정부 인사 탄압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의회 연설을 통해 아일랜드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스크=AP 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의회 연설을 통해 아일랜드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스크=AP 연합뉴스

벨라루스가 민간 여객기 강제 착륙 사건 이후 유럽에서 철저히 고립되고 있다. 국경을 넘어가는 하늘길은 이미 막혔고, 유럽연합(EU)의 고강도 경제 제재도 임박했다. 동쪽 국경을 맞댄 러시아 말고는 3면이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봉쇄된 상황에서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자국민에게 출국 금지령까지 내렸다. 안팎으로 손발이 묶인 모양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벨라루스 국영항공사와 항공 고위 관계자 10여 명을 제재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자산 동결과 여행 금지 조치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본격적 경제 제재 전, 즉각적이고 신속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에 따라 21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이 안건을 협의하기로 했다. 한 외교관은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그의 행동이 얼마나 위험하고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인지 확실히 알리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실질적 타격을 가하기 위해 석유와 칼륨화합물 같은 벨라루스 핵심 수출 자원을 제재 대상으로 겨냥하고 있다. EU 역내 영공 비행 금지와 영토 착륙 금지도 이르면 4일 정식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하지만 나날이 조여오는 압박에도 루카셴코 대통령은 물러설 기미가 아니다. 오히려 한 술 더 떴다. 벨라루스 정부는 이날 자국민의 해외 출국을 금지하는 새 규정을 내놨다. 공무원과 운송 관계자, 해외 영주권자를 제외한 모든 국민에게 적용된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반(反)정부 인사들이 해외로 망명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란 비판이 거세다.

지난달 23일 벨라루스는 전투기까지 동원해 아일랜드 여객기를 민스크공항에 강제 착륙시킨 뒤 여객기에 탑승하고 있던 반정부 언론인 라만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했다. 당시 여객기엔 리투아니아 등 12개국 승객 170명이 타고 있었다. 그뿐 아니다. 지난달 30일엔 인터넷 매체 ‘흐로드나라이프’ 편집장 알렉세이 쇼타를 체포했고, 1일에도 벨라루스에서 가장 대중적인 매체 ‘투드바이’ 편집장 마리아 졸로토바에게 탈세 혐의를 씌워 7년 징역형을 내렸다. 정부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명백한 언론 탄압이다.

또 이날 야권 활동가 스테판 라티포프는 반정부 시위 조직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독재에 대한 항의로 스스로 목을 찔러 자해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루스 인권단체에 따르면 현재 수감 중인 정치범은 454명에 이른다.

체포되지 않은 야권 인사들은 탄압을 피해 이웃국가로 망명길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선거에 출마했던 야당 인사 스뱌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는 리투아니아로 건너갔다. 영국 BBC방송은 “부정 투표 의혹이 있는 지난해 선거 이후 많은 반정부 인사들이 고국을 떠났다”고 전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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