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새 앨범 '로지스' 발매
"살이 깎여 나갈 말에 감정이 갇히기엔"
허세, 돈자랑, 욕 없이 성장통 담아
3년여 간 '1박2일' 외쳐
"많은 사람 만나고 어려움도 달리 보여"
아이돌그룹 빅스 멤버인 라비(김원식·28)의 랩엔 세 가지가 없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같은 외침과 번쩍이는 롤렉스를 흔드는 허세, 송곳처럼 찌르는 욕이다.
폼생폼사와 증오 없이 어떻게 랩을 할까. "랩은 저한테 하는 말이기도 해요. 그런데 독기 어린 단어를 쓰고 뱉으면, 그 문장이 절 해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절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단어를 찾고 쓰죠."
1일 서울 강남구에 그가 차린 회사 그루블린에서 만난 라비는 들떠 있는 여느 아이돌 래퍼와 달리 차분했다. 그는 요즘 '니체, 누가 당신의 인생을 그저 그렇다고 하는가'를 읽고 있다. "(록밴드 잔나비의) 최정훈 형이 쓴 가사를 좋아해요. 작업을 위해 만났다가 가사 관련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니체의 책을 추천받았어요. 작사에 도움이 될 거라고요. 두 권짜리 '니체의 말' 등을 샀는데 쉬 읽히지만은 않더라고요."
라비는 3일 새 앨범 '로지스'를 낸다. '꽃밭'과 '카디건'을 더블 타이틀곡으로 총 7개의 신곡을 담았다. 앨범에 실린 멜로디와 비트는 야성적이고 화려한데, 노랫말은 사색적이다.
"홀로 살이 깎여 나갈 말에 감정이 갇히기엔 너무나 세상은 유한하고..." 악플에 시달려 우울증을 앓았던 라비는 '꽃밭'에 직접 겪은 성장통을 꾹 눌러 썼다. 이어 "손을 잡으니 흔한 무기력감도 쉬는 게 돼"라며 "다르게 해석하고 인지해"라고 랩을 한다. 라비는 "감정적으로 흔들릴 때 혼자 동굴에 들어가지 말고 누군가와 머리를 맞대면 길이 열리고, 그 어려움도 달리 보일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9년 12월부터 KBS 간판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고정 출연하며 전국을 돌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만나며 얻은 깨달음이다.
부쩍 밝아진 마음처럼 그의 음악도 환해졌다. '카디건' 속 전자기타의 청량한 연주는 사랑을 노래하는 곡의 훈훈함을 더하고, '레드벨벳'에선 흥겨운 리듬이 폭죽처럼 터진다.
청년 래퍼의 신조는 '하루를 이틀처럼 살자'다. 라비는 왼쪽 쇄골 주변에 네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뜻의 '유 온리 리브 원스'란 영문을 문신으로 새겼다. 그 열정은 창작으로 열매를 맺고 있다. 2012년 빅스로 데뷔한 라비는 솔로 활동을 병행하며 2일 기준 총 191개의 곡 작업에 참여했다. 지난해엔 지드래곤에 이어 두 번째로 곡 저작권 등록을 많이 한 아이돌로 조사됐다.
"가수가 되는 게 제 꿈이었어요. 꿈을 이뤘으니 또 다른 꿈을 꿔야죠. 뜨겁고 재미있게 살려고요. 과감하게 더 좋은 음악 만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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