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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쿠르 우승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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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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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허명현 클래식 평론가가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활동합니다. 경기아트센터에서 근무 중인 그는 공연계 최전선에서 심층 클래식 뉴스를 전할 예정입니다. 오페라에서 가수가 대사를 노래하듯 풀어내는 '레치타티보'처럼, 율동감 넘치는 기사가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지난달 14일 2021년 캐나다 몬트리올 콩쿠르 주최 측이 올해 대회 우승자로 피아니스트 김수연(오른쪽)을 선정한 뒤 소감을 묻고 있다. 코로나19로 몬트리올 콩쿠르는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비메오 영상 화면 캡처

지난달에는 클래식 음악계에 낭보가 쏟아졌다. 주요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들이 대거 입상했다. 피아니스트 김수연이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첼리스트 한재민, 피아니스트 박연민이 루마니아 제오르제 에네스쿠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한재민은 대회 역사상 최연소였다. 체코 프라하 봄 국제 음악콩쿠르에서는 피아니스트 이동하가 우승했고, '아레테 스트링 콰르텟'이 현악사중주 부문에서 우승했다. 소프라노 김효영과 테너 듀크 김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콩쿠르서 우승해 메트 오페라 데뷔 기회를 얻었다. 모두 지난 한달간 일어난 일이다.

화려해 보이는 콩쿠르가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순간의 연주가 그 연주자의 전부를 말해주지 못하며, 평가의 신빙성에 대한 불신 문제도 늘 따라왔다. 젊은 연주자들이 콩쿠르에만 매달리는 현상 또한 폐단으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신진 연주자에게 콩쿠르는 중요하다. 여전히 콩쿠르는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위한, 거의 유일한 등용문이다. 상금은 물론 남자에게는 병역 면제 혜택이 돌아간다. 콩쿠르 기간 세계 음악계 유력인사들과의 교류 및 우승자에게 보장되는 연주기회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2019년엔 우승 상금이 우리 돈으로 무려 2억 원에 달하는 중국 국제 콩쿠르도 신설됐다. 상금보다 매력적이었던 점은 결선 무대를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한다는 것이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정도의 일류 악단이 콩쿠르의 반주를 맡는다는 사실은 보기 드문 사례였다. 참가자들은 결선에만 진출한다면 그들의 프로필에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기록이 추가되는 셈이었다. 게다가 악단 지휘자는 야닉 네제 세갱이었다. 그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촉망 받는 지휘자다. 이미 몇 년치 연주일정이 가득 찬 지휘자인 터라 그와의 음악작업은 아주 얻기 힘든 기회다. 이처럼 어떤 콩쿠르에서도 없었던 파격적인 특전으로 콩쿠르는 개최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그렇다고 중국의 콩쿠르가 가장 인정받는 대회가 된 것은 아니다. 콩쿠르의 진정한 권위는 콩쿠르의 우승자들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해당 콩쿠르 역대 우승자들의 행보는 콩쿠르의 명예로 이어진다. 그 어떤 콩쿠르보다도 쇼팽 콩쿠르가 권위를 갖는 이유다. 마우리치오 폴리니(1960), 마르타 아르헤리치(1965), 크리스티안 지메르만(1975) 등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들이 이 콩쿠르 우승자 출신이다. 2015년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큰 관심을 받았고, 본격적으로 전 세계 무대를 밟을 준비를 마치게 되었다.

조성진을 비롯해 젊은 예술가들에게는 사실 더욱 중요한 시간이 찾아온다. 콩쿠르 우승도 어렵지만, 우승 이후에는 더 큰 숙제가 남아있는 것이다. 예술가로서 성장하고 숙성되는 과정이다. 지나치게 소모되어 '번아웃' 되지 않으면서 오랜 시간 예술세계를 가꾸고 발전시켜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가 '대가'라고 부르는 연주자들이 그런 길을 걸었다. 이들은 시간을 무게 삼아 말년까지 귀한 예술세계를 보여줬다.

하반기에도 굵직한 콩쿠르들이 이어진다. 이탈리아 부조니 콩쿠르가 있고, 영국 리즈 콩쿠르가 남아 있다. 부조니 콩쿠르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원재연, 문지영을 배출했고, 리즈 콩쿠르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을 배출했다. 스위스 제네바 콩쿠르 역시 새로운 우승자를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10월에는 쇼팽 콩쿠르가 열린다. 코로나19로 개최가 1년 미뤄져, 6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에도 한국 피아니스트가 대거 참여한다. 콩쿠르는 자리를 비워두고 새로운 이름을 기다리는 중이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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