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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만에 침묵 깬 北, 수위 조절 통해 한미에 '조용한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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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만에 침묵 깬 北, 수위 조절 통해 한미에 '조용한 압박'

입력
2021.05.31 18: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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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접근 권모술수…?文 역겹다"
고위급 아닌 평론가 개인 논평 발표

북한 외국문출판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외교 활동 장면을 모은 화보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를 12일 공개했다. 화보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을 소개하면서 당시 소식을 전한 싱가포르 신문 스트레이츠타임스 지면도 함께 실었다. 연합뉴스

북한 외국문출판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외교 활동 장면을 모은 화보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를 12일 공개했다. 화보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을 소개하면서 당시 소식을 전한 싱가포르 신문 스트레이츠타임스 지면도 함께 실었다. 연합뉴스

북한이 한미정상회담 이후 열흘 만인 31일 첫 공식 반응을 내놨다. "입으로는 대화 운운하면서도 행동은 대결로 이어나가는 것이 미국"이라고 비난했지만, 고위급이 아닌 평론가 입을 빌린 가장 낮은 수위의 형식을 택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선 "역겹다"면서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직격하진 않았고,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를 맹비난하면서도 미국의 대화 재개 움직임 자체를 거부하진 않았다. 한미 양국에 대북 유인책을 더 내놓으라는 '조용한 압박'인 셈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명철 국제문제평론가 명의의 논평을 통해 "이번 미사일지침 종료로 남조선이 우리 공화국 전역은 물론 주변국까지 사정권 안에 넣을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며 '고의적 적대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 추종자들에게 무제한한 미사일 개발 권리를 허용하고 입으로는 대화를 운운하면서 행동은 대결로 이어나가는 것이 미국"이라며 "많은 나라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고안해낸 '실용적 접근법'이니 '최대 유연성'이니 하는 대조선(북) 기조들은 한갖 권모술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의 과녁은 남조선군이 아니라 대양 너머에 있는 미국"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에 대해선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설레발치면서 지역 나라들의 조준경 안에 스스로 머리를 들이민 남조선 당국자의 행동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일을 저질러 놓고는 죄의식에 싸여 이쪽저쪽의 반응이 어떠한지 촉각을 세우고 엿보는 비루한 꼴이 실로 역겹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여전히 미국 불신...구체적 유인책 요구"

전문가들은 이번 논평에 대해 한미의 대화 제의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대북 정책 자체가 아니라 미사일지침으로 비난 범위를 제한했고, 외무성 대변인도 아닌 개인 명의 논평으로 수위를 매우 낮춰 잡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미의 제안에) 답은 하되, 그렇다고 상황을 낙관하지 말라는 수준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의 대북 대화 제안에도) 여전히 미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중을 미사일지침 해제에 대한 비난으로 표현한 것"이라면서 "보다 구체적인 유인책을 내놓으라는 요구"라고 해석했다.

북중 공동대응 기조 재확인

바이든 정부와의 긴장 관계를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기류도 읽힌다. 전날 북한 노동신문은 새삼 '국가 명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후 성 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하며 'Special Envoy for the DPRK(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한 호응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홍 연구위원은 "국가 명칭 보도를 포함해 대체로 미국으로부터 구체적 제안을 기다리겠다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에 북한과 중국이 공동 대응한다는 기조도 확인됐다.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가 사실상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 차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를 두고 북한이 "주변국까지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고의적 적대행위"라고 비난한 것은 중국을 대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영빈 기자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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