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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처럼 살아나는 불법 웹툰 사이트, 단속하면 근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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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처럼 살아나는 불법 웹툰 사이트, 단속하면 근절될까

입력
2021.06.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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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문체부·인터폴, 저작권 침해 사이트 단속 개시
해외 서버 두고 규제 회피 기술 동원… 폐쇄 쉽지 않아
"웹툰도 소비자 인식 개선, 구독경제 정착 병행돼야"

1일 구글 검색을 통해 접근 가능한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들. 인터넷 캡처

1일 구글 검색을 통해 접근 가능한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들. 인터넷 캡처

"나쁜 일이다 싶어 찜찜하긴 하죠. 하지만 구글에 '무료 웹툰'이라고 검색하면 불법 사이트가 수십 개 뜨는데, 굳이 돈을 내고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대학생 권모(26)씨는 웹툰을 보는 게 취미다. 그런데 권씨가 자주 이용하는 웹사이트는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다. 네이버웹툰이나 카카오페이지처럼 작가 측과 저작권 계약을 맺은 웹툰 플랫폼에서 작품을 무단 복제해 업로드하는 사이트다. 3년 전 자주 이용하던 '마루마루' '밤토끼' 등 불법 사이트들이 경찰 단속으로 폐쇄됐지만 지장은 없었다. 불과 몇 주 뒤 비슷한 이름의 다른 사이트가 생겼기 때문이다.

불법으로 웹툰을 유통하는 사이트들이 수년째 판을 치고 있다. 단속해도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불법 사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 당국이 다시 한번 칼을 뽑았다. 웹툰업계에선 이용자 인식 개선과 함께 구독경제 기반을 강화해 건전한 시장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차 불법사이트 단속 나선 당국

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문화체육관광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와 함께 지난달 31일부터 저작권 침해 불법 사이트를 합동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수본은 저작권 침해가 심각한 웹툰 등을 위주로 총 30개 사이트를 우선 단속할 계획이다.

실제로 불법 웹툰 공유로 창작자와 정식 유통업체가 입는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의 총 트래픽은 263억 뷰(PV)로, 같은 해 국내 전체 웹툰 플랫폼의 329억 뷰(PV)의 80%다. 웹툰정보포털 웹툰가이드의 통계에 따르면 불법 웹툰으로 인한 누적 피해액이 6조486억 원에 이른다.

당국은 그간 여러 차례 불법 웹툰 유통 행위를 단속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게 현실이다. 경찰은 최근 3년간 50개 불법 사이트를 폐쇄했지만, 도메인 주소만 바꾼 대체 또는 모방 사이트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최대 웹툰 불법 사이트였던 '밤토끼'가 폐쇄되자 '뉴토끼' '밤토끼 시즌2' '밤다람쥐' 등의 이름을 단 사이트가 새로 생기는 식이다. 단속을 피하려 도메인을 수시로 바꾸면서 '뉴토끼94' '마루마루96' 등 변경 횟수를 뜻하는 숫자가 병기된 이름의 사이트들도 있다. 과거에는 주요 사이트 한두 곳이 불법 유통을 주도했다면, 지금은 이런 '풍선 효과' 탓에 100개 넘는 사이트가 창궐하고 있는 양상이다.

음악과 영화 분야에서 구독경제 플랫폼이 활성화돼 콘텐츠 불법 공유 시장이 위축되면서, 소위 '업자'들이 단속이 상대적으로 약한 웹툰 시장에 몰렸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이들 사이트에는 수십 개의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 배너가 달려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저작권 침해 사이트는 불법 성 영상물, 도박 등 다른 범죄와 연관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처벌과 시장 건전화 병행돼야"

웹툰 플랫폼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모니터링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자사 웹툰에 이용자 식별 정보를 심어 최초 유포자를 추적하고, 유포자가 특정되면 경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에 권리 침해 신고를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불법 사이트의 뿌리를 뽑기엔 역부족이다.

방통위가 신고를 받고 사이트 차단을 요청하더라도, 불법 사이트 대부분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폐쇄가 쉽지 않다. 이들 불법 사이트는 데이터 신호를 암호화하는 보안 페이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들이 보유한 차단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오유(오늘의유머), 워마드, 디지털교도소 등 국내 주요 커뮤니티 사이트 다수도 해당 해외업체의 보안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웹툰 플랫폼 업체들은 자사 콘텐츠의 캡처(화면 복제)를 막는 장치를 두고 있지만, 불법 사이트들은 이를 무력화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강력한 처벌과 더불어 웹툰 이용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때 불법 유통에 시달렸던 음악·영화 시장이 건전해진 전례에서 보듯이, 웹툰 분야에도 '창작 콘텐츠는 정당한 가격을 치르고 이용한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유포자가 아닌 이용자에 대한 처벌은 어려운 현실을 감안, 웹툰 소비자를 구독경제의 순선환 구조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불법 사이트는 해외 서버를 이용해 처벌은 물론 범죄수익 배상도 쉽지 않다"며 "영화, 음악처럼 웹툰 역시 구독경제 플랫폼이 정착되면 소비자의 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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