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신도심 고교 학생지도 방식 논란
학부모·학생, "공개 장소서 해 수치심 들어"
세종교육청 "인권 침해 소지...개선토록 할 것"
학교 "학생회·운영위 의견 수렴해 보완"
세종시 한 고교에서 학생이 잘못하면 반성문을 써서 10명이 넘는 교사들에게 서명을 받도록 하는 이른바 '사과 순례제'를 시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지도 방식의 일환이라고는 하지만, 여러 교사들이 보는 공개된 장소에서 하다 보니 학생의 수치심을 유발하는 등 문제가 많다며 학생과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31일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세종시 신도심 A고교에서 2017년부터 4년간 학교생활규정에 '사과 순례제'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사과 순례제는 잘못을 한 학생이 반성문을 쓴 뒤 15명의 교사들을 직접 찾아가 사과하면서 서명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지난해부터 교복 착용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사과 순례 서명을 받아야 하는 일이 잦아지자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교무실 등 개방된 공간에서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 정서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수치심까지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학교 측은 자신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급우들에게 사과를 하도록 권유하는 교육적 취지보다는 과도한 학생지도 방식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학교 재학생 학부모 B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듣기만 해도 수치스럽지 않냐.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큰 잘못을 하면 이렇게까지 사과 순례를 해오라고 하나 싶었다"고 했다. 이어 "지각 두 번, 그게 이 사과 순례의 이유다. 딸 아이가 지각한 뒤 사과 순례를 써오라는 얘기를 듣고 너무 하기 싫어서 안 내고 있었더니 부모님을 모셔오라고 했다"며 "아이들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해서 교칙 어기는 것의 재발을 막겠다는 거냐"고 따졌다.
B씨는 또 사과 순례문과 반성문 사진을 함께 첨부하면서 "평소에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너네 사과 순례 또 가고 싶어? 똑바로 해'라는 말을 하고, 교실에 있어도 출석 부를 때 없으면 지각 처리한다"며 "이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교육청은 A학교의 '사과 순례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학교와 학생·학부모 등 학교 공동체의 협의 등을 거쳐 개선토록 하고, 다른 학교에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세종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서도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면 개선하겠다고 했으며, 인권 감수성 교육도 강화하겠다"며 "규정에까지 명시한 만큼 다른 학교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등으로 재택수업이 많아진 탓인지 최근 학생들이 교복을 입지 않고 등교하는 등 학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아 '사과 순례제'를 시행했다"며 "학생회, 학교운영위원회 등의 의견을 들어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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