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방위군으로 한국전 참전 96세 조석희씨 호소
"전우들에게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다시 만나면 원망의 소리는 듣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아흔 여섯의 한국전 참전용사 조석희씨는 매년 6월이 오면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 전쟁 발발 70년이 지났지만, 갈수록 잊혀져가는 것만 같은 그날의 참상 때문이다.
조씨는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경찰과 국민방위군이라는 두 가지의 신분으로 참전한 특이 경력의 소유자다. 전쟁 발발 당시 35세 나이로 고향인 칠곡에서 경찰로 근무하다 낙동강 방어선 전투에 참전했다. 이후 인천상륙작전과 연합군의 승전으로 통일이 눈 앞에 다가오자 농사일에 전념하기 위해 경찰일을 그만뒀지만 중공군 참전으로 다시 위기에 처하자 이번엔 국민방위군으로 재차 참전했다. 국민방위군은 중공군의 개입을 막기 위해 만 17~40세 미만 청년들을 제2국민병으로 편입해 조직한 군대다. 여기다 국민방위군 간부들은 방위군의 예산을 부정 착복하고 횡령해 수많은 장병들이 희생되기도 했다.
조 씨는 "국민방위군은 보급품이 부족해 하루에 주먹밥 한 덩어리로 배를 채우고 가마니로 이불을 삼으면서 아사자와 동사자가 무더기로 속출했다"며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기만 하다"고 말했다.
100세를 바라보고 있는 조씨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앞두고 나이가 들수록 옛 생각에 더욱더 깊어진다고 했다. 그는 "시대가 지날수록 잊혀져가는 전우들의 희생이 잊혀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하루 빨리 당사자와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을 통해 국가가 책무를 다하기 책무를 다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 씨는 또 "전국적으로 보훈 사업이 축소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보훈이다. 6월 한달 만이라도 전장에서 이슬로 사라진 전우들을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칠곡군은 조씨의 헌신을 기리기 위해 명각비에 이름을 올리고, 지난 2020년 6.25참전 70주년을 맞아 열린 ‘대한민국을 지킨 8인의 영웅 행사’에서 호국영웅배지를 수여하기도 했다.
한편, 칠곡군은 지난 2020년 한국전쟁 참천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칠곡평화분수를 완공했다. 6.25전쟁을 상징하는 62.5m 길이의 분수대에 55일간의 낙동강 방어선 전투를 상징하는 55m의 고사분수 등 10가지 모양의 분수가 솟아오른다. 올해 10월에는 한국 전쟁의 참상과 평화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한 '낙동강세계평화대축전'도 연다. 국방부가 주관하는 '낙동강지구 전투전승 기념행사'도 함께 열린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일상의 삶 속에 호국과 보훈의 가치를 실천하는 문화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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