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공영 라디오 방송 'DR' 보도
미국 정보기관이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사찰 폭로 뒤에도 유럽 우방국 정치인들 대상 감청을 지속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감청 대상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포함돼 있다.
덴마크 공영방송 덴마크라디오(DR)는 30일(현지시간) 미 국가안보국(NSA)이 2012~2014년 덴마크 국방부 산하 군사정보국(FE) 협조 하에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의 지도자급 정치인과 정부 고위 관계자를 감청했다고 보도했다. NSA는 문자(SMS)와 전화 통화는 물론, 인터넷을 통한 검색, 채팅,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앱)에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고 DR은 전했다. 감청 대상이 된 정치인에는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당시 독일 외무장관, 페어 슈타인브루크 당시 독일 야당 지도자 등이 포함됐다.
미국의 우방국인 덴마크는 스웨덴, 독일, 노르웨이, 영국으로 연결되는 해저 케이블망의 주요 기지국을 관할하는 나라다. 덴마크 정부가 미국의 자국 정보감시망 접근을 승인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FE 내부 기밀 보고서에는 이런 감청이 ‘둔함메르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공유됐다. 이 보고서는 2015년 5월 최상층부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미국의 감청 사실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트리네 브람센 덴마크 국방장관은 이날 언론에 “가까운 동맹국에 대한 조직적인 도청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과 미 NSA는 아직 보도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2001년 9ㆍ11 테러 발생 뒤 미국이 자국민의 개인 정보를 무차별 수집했다는 스노든의 폭로가 이뤄진 뒤에도 NSA가 감청을 그만두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전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이자 NSA에서도 근무한 스노든은 2013년 6월 폭로의 근거가 되는 기밀 문서를 공개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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